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사회 감염통제를 위해 실시됐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의료진으로서 생소하고 어색하게 다가옴은 물론이고 마음에 와 닿지도, 내키지도 않는 단어이다.

세계의 각기 다른 문화 속에는 서로의 친밀감을 표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인사법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멀리서 지인이 걸어오는 것만 보아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반가운 마음에 만나는 자리에서든 헤어지는 자리에서든 서로 손을 꼭 맞잡으며 반가움과 정을 느끼게 해준다. 이런 신체 접촉에 의한 친밀감의 표현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일반적인 인사로 자신의 오른쪽 볼과 상대의 왼쪽 볼을 한 번, 자신의 왼쪽 볼과 상대의 오른쪽 볼을 한 번. 이렇게 두 번 비비고, 멕시코에서는 인사를 나눌 때 나이에 상관없이 상대와 포옹한 채 가볍게 볼을 맞댄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악수를 하고 눈을 마주치는 것이 친밀감의 표현이자 신뢰의 인사예절이었지만, 요즘은 마스크를 쓴 탓에 눈인사만으로 겨우 상대를 알아차리고, 가까이 다가오면 주먹이나 팔꿈치를 부딪치는 것으로 반가움을 대신 표현하는 모습을 본다.

결국 수술 전 아프고 힘들었던 자신의 고통을 덜어준 의사에게 수술 후 찾아가 진료실에서 손을 꼭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마움을 표현하던, 콧등이 시큰해지던 모습들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풍경이 되고 있다.

또 코 위 까지 마스크를 올려 쓰라는 간호사의 냉정한 말에 섭섭하다는 듯 한마디 거들고 싶은 어르신 환자의 말을 눈빛으로 저지하며, 가능한 짧게 이야기하고 보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귀가 어둡거나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르신 환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입모양으로 말뜻을 정확히 전하려는 모습을 볼 수 없는 요즘이다.

그렇다면 어르신 환자뿐만 아니라 소아 환자들에게는 진료실에서 마스크를 쓴 의료진의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질까?

얼마 전 한 꼬마 환자가 검은색 마스크를 쓴 의사선생님을 진료실 안에서 마주하자 울음을 터뜨렸던 기억이 난다. 젊은 의료진들이야 검은색 마스크가 세련되고 멋져 보일 수 있었겠지만, 아이들의 시선으로 생각해보면 병원에 와서 의사선생님을 만나는 것조차 무서운데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니 훨씬 더 겁이 났던 모양이다.

결국 의사는 얼른 하얀색 마스크로 바꿔 쓰고, 꼬마 환자의 마음을 얻으려 마스크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미소를 여러 번 지어보이며 다정하고 친밀감 있는 표현으로 아이의 마음을 얻은 후에야 진료를 할 수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이 사회적으로 단절을 뜻하지 않는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설명대로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로 바꾸어 표현하는 게 옳다고는 하지만, 과학과 검증 사이에서 현실적인 정을 나누는 우리의 따뜻함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환자와 의료진이 물리적 거리두기 없이 서로의 친밀함을 속사정 그대로 표현했던 예전의 진료실 풍경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다가오는 따뜻한 날씨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도 코로나로 얼어붙은 우울함(blue)을 훌훌 떨쳐 버리고, 진료실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어디에서든 예전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권로사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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