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묵 건양대 총장
이원묵 건양대 총장
인간의 행동은 두뇌활동을 통해 이성과 감성으로 표출된다. 이성은 과학적 사고와 논리로 표현되는 지적능력을 나타내며 지능지수(IQ)로 계량화한다. 감성은 사랑 우정 배려 미움 증오 질투심과 같은 감정으로 표출되며 상상력과 사변(思辨)적 창조력에 관련성이 깊고 감성지수(EQ)로 나타낸다. 이성과 감성은 각기 분리된 두뇌활동에 의하여 독립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으로 통합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보인다한다. 논리적이며 과학적 합리성을 갖춘 가치가 지배하는 실용사회를 이성사회라 하고 사변적창조성과 이상성을 갖춘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를 감성사회라 한다. 혹자는 머리가 지배하는 사회와 마음이 지배하는 사회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간생활양식은 시대와 지역 환경에 따라 두뇌의 진화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대적으로는 신(神)이 지배하는 고대감성사회에서 과학이 지배하는 현대이성사회로 발전되어 왔다. 지역적으로 헬레니즘 문화에 기반을 둔 서양의 이성사회는 실용적 물질문명을 발전시켰고 유교와 불교에 기반을 둔 동양의 감성사회는 윤리와 도덕에 기반을 둔 인본사회문화를 발전시켜온 것도 서로 다른 사회가치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민주주의의 자유와 평등의 핵심가치도 이성사회에서는 개인의 능력이 중시되는 자유가 우선하고 감성사회에서는 공감과 공존의 평등가치가 우선하므로 국가마다 추구하는 사회가치에 따라 서로 다른 민주제도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올림포스 신이 지배하는 고대 그리스사회와 중세 종교사회가 감성사회라면 소피스트철학이 활발하던 아테네시민사회와 17세기 산업혁명이후의 산업사회는 이성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작금의 4차 산업혁명은 초 연결 가상공간의 사이버세상을 만들었고 인간의 인지능력을 추월하는 인공지능시대를 열었다. 또 최근의 코로나 19 창궐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고립화생활로 인해 재택근무, 전자 상거래, 디지털비지니스 등 생활문화의 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수백 년 동안 지속되어온 강의교육이 디지털의 자기주도형 학습으로 바뀌고 있다. 엘빈 토플러는 일찍이 공감과 협업에 의한 창의적 활동에 기반을 둔 집단지성사회인 감성사회도래를 예고하였다. 요즘 대중가요를 종합예술로 넓힌 젊은 세대의 K-Pop과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호불호(好不好)에 따라 신뢰를 주는 탈진실사회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사회가 산업사회인 이성사회에서 가상공간의 사이버사회인 감성사회로 진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포스트 산업사회인 인공지능 사회는 초 연결, 초 지능, 초 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소수의 여론도 현실성 보다는 공감성에 의해 다수여론보다 우선될 수 있다. 법과 원칙, 그리고 현실성보다는 공감과 공존의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평등은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두 기둥이다. 자유는 질서와 정의를 지켜주고 평등은 인권과 평화를 보장해 준다. 그래서 대부분학자들은 자유를 우선하는 극단적 이성사회는 국가이성(reason of state)이 우선되어 국가주의로 갈 수 있고 평등이 우선되는 극단적 감성사회는 사회주의로 흐르게 되어 침체된 사회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로마제국의 멸망, 중세 교회의 부패로 인한 종교개혁과 공산주의 소멸은 극단적감성가치의 불균형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라 한다. 최근의 포퓰리즘 정치도 치우친 감성사회의 전형적 사례다. 결국 우리사회의 이성과 감성가치의 균형적 조화는 지속 가능한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필수적이다.

저서 `맹신자들(The true believer)`의 저자 에릭 호퍼는 민중혁명, 종교혁명 그리고 민족혁명도 모두 광신의 지식인, 사회운동가 그리고 대중운동의 행동가들과 같은 맹신자들에 의해 일어나며 이들은 극단적감성사회에서 만들어 진다 하였다. 조국사태로 인한 국민갈등, 때 아닌 이념논쟁의 국론분열과 신천지와 같은 사이비종교 활동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사회가 적과동지의 이분법적으로 치우쳐가는 감성사회를 우려하는 것은 나만의 패러독스이길 바랄뿐이다.

이원묵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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