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철웅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손철웅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평소에 보지 못했던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도 펀자브 지역의 마을에선 30년 만에 160㎞ 이상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의 눈 덮인 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코로나19로 출입이 통제되어 사람의 발길이 끊긴 브라질의 한 해변에서는 멸종위기 바다거북의 대규모 부화 모습이 포착됐다. 관광객이 줄어든 베네치아 운하에서는 해파리가 관찰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간의 활동이 줄고 자동차와 공장이 멈추자 일시적이긴 하나 전 세계의 환경이 깨끗해져 나타난 현상들이다. `코로나의 역설`이라고들 한다. 이는 그동안 우리 인간이 환경과 생태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 받고 있다. 감염병은 바이러스 존재 자체가 아닌 바이러스를 둘러싼 관계의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의 발병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치명적인 질병을 만들어내는 관계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반년 넘게 지속되어 10억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을 죽음으로 내몬 호주의 산불, 동아프리카를 덮친 사막메뚜기의 습격 등은 인간과 지구와의 관계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지구의 구조신호가 아닐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매번 기록을 갱신하며 더 빨리 오는 여름과 늦장을 부리며 지속되는 무더위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아름다운 나라`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희뿌연 미세먼지로 우중충한 하늘을 보는 날은 늘어가고, 기상관측 이래 매년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평온했던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지구가 보내고 있는 다양한 구조신호는 기후위기의 문제가 자연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우리 인간사회에 해당되는 문제라고 알려주고 있다. 가만히 자연이 치유되기만을 바라고 있으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를 맞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 반문해 본다. 그 중 하나는 편리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불편하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비닐봉투가 아닌 장바구니를 사용한다거나 자가용 대신 걸어 다니는 것 등은 이미 익숙해진 편리함을 포기하고 작아 보이지만 큰 실천을 필요로 한다.

그동안 `편리함`을 추구하며 지구와의 공존을 배제해 버린 것에 대한 지구의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물, 공기, 토양, 폐기물 등 환경오염 문제는 우리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원인 제공자다. 삶의 기반인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설 때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라는 의미를 동시에 품고 있다.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기후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갈 때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인간이 활동을 멈춰야만 히말라야 산을 볼 수 있는 지구가 아닌, 언제든 맑은 날엔 히말라야 산을 볼 수 있는 건강한 지구를 기원해본다. 손철웅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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