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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얘들아, 너희들이 있어야 학교는 봄이란다

2020-05-01기사 편집 2020-05-01 07: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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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임은주 대천초등학교 교사

"1학년 담임이라구요?" 둘째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다 복직을 앞당겨 맡게 될 학년이 1학년이란다. 1학년이 어떤 학년인가. 경력 20년은 넘어야 유치원생 티 갓 넘은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 비슷한 것이라도 할 수 있고, 학부모들의 약간은 과도한 관심과 민원도 의연하게 웃어넘길 수 있다는 학년 아니던가.

1학년의 하루는 실로 엄청났다. "수업다운 수업을 5분만 해보자"는 희망일 뿐, 장난과 괴롭힘을 구분하지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싸우며 일러대는 통에 나는 직업이 판사 아니면 형사가 되기 일쑤였다. 집에 가고 싶다며 우는 아이, 친구들 간 다툼으로 억울한 아이 달래주는 사이 또 넘어지고 다치는 아이, 죄송한 마음을 담아 학부모님께 자초지종을 하나하나 설명해야 하는 일은 그래도 낫다. 요즘 아이들은 편식이 심하고 잘 먹지 않는 아이들이 많다. 그래서 급식시간은 전쟁터 같다. 밥을 먹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옆에 앉혀놓고 한 번만 먹어보자 사정을 해서 먹여 놓고 식은 밥을 먹는 것은 흔한 일이며, 겨우 식사를 마치고 나면 점심시간은 어느새 끝나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 시간만큼 나는 그들에게 학교에서의 또 다른 엄마이고 유일하게 의지하는 어른이며 교사였기에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학교생활의 모든 것이 처음인 아이들도 교사인 나도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학습은 물론이고, 규칙도 익히고 학교생활의 노하우도 터득하며 서로 마음을 나누고 성장한다.

교단에 있으면서 첫 출근, 첫 담임, 첫 수업, 첫 제자 등 많은 '처음'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제일 강렬한 첫 경험은 단연 첫 1학년 담임일 것이다. 빠진 앞니를 보이며 개구지게 웃던 아이, 선생님이 꽃보다 더 이쁘다고 말하던 아이, 어느 날 한글을 읽게 되었다며 숨가쁘게 달려와 자랑하던 아이 요즘 들어 그 아이들이 그립고 보고 싶어진다.

2학년 담임을 맡게 된 2020년, 설레는 마음으로 새 학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내 아이들을 교실에서 만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첫 등교 연기, 첫 온라인 개학, 첫 원격 수업이라는 모두가 처음 경험해보는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됐다. 3월이 지나면서 4월이 되면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겠지 기대하면서 아이들 맞을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배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친구들이 없는지 살피며 한 아이 한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가정에서의 생활을 체크하며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는 찾아가는 학습지원을 해 줬다. 미뤄진 개학에 맞춰 모든 계획을 새로 세움과 동시에 학교는 다시 돌아올 학생들을 위해 분주하게 새 단장을 한다. 그나마 온라인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만나고 아이들도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게 돼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텅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외롭고 재미도 없다. 싸움이 일어나고 소란하더라도, 그래서 담임인 내가 힘들어져도 재잘거리는 아이들로 북적거리는 교실이 몹시 그리워진다. 꽃이 지기 전 5월에는 꼭 우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바쁜 업무 속에 문득 창문을 바라보니 선생님 얼굴처럼 예쁘다던 예전 그 꽃나무에 분홍꽃이 함박 피어있다. 전과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왠지 모를 이 허전함은 무엇일까? 봄이 왔다고 나무와 식물은 꽃을 피우는데 아이들이 없는 학교는 꽃을 채 피우지 못한 모양새다. 따뜻한 봄바람에 나의 마음을 담아 우리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얘들아! 학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어.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에 나와 예쁜 꽃 피워주는 봄이 되어주렴." 임은주 대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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