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의 아틀리에-과학과 예술, 두 시선의 다양한 관계 맺기
김상욱·유지원 지음/ 민음사/ 440쪽/ 1만 9000원

미술관을 즐겨 찾는 다정한 물리학자와 과학학회와 논문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영감을 얻는 타이포그래퍼가 만났다.

타이포그래퍼 유지원 작가와 물리학자 김상욱이 신문에 연재했던 칼럼을 보강해 모아놓은 신간 `뉴턴의 아틀리에`를 출간했다.

두 저자는 서로 번갈아가며 주제어를 고르고 과학자는 예술을, 예술가는 과학을 이야기한다. 사람과 사물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며 새로운 의미를 찾아낸다. 나아가 그 속에 숨겨진 무한한 세계를 발견해낸다. 주제어는 `유머`, `시(時)`, `편지`, `죽음`, `감각`, `가치` `인공지능` 등 다양하다.

김성욱은 서문을 통해 "물리학자가 미술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을 때, 예술가와의 동행이 필요했다. 가보지 않은 길을 혼자 가기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하나의 주제에 대해 과학자는 예술적으로, 예술가는 과학자적으로 써보자고 했다"고 말한다.

김상욱 교수는 틈만 나면 미술관을 찾는 과학자이며, 유지원 교수는 물리학회까지 참석하며 과학에 열정을 보이는 디자이너다. 두 저자는 무엇보다도 `관계 맺고 소통하기`를 지향한다. 그 과정에서 관찰과 사색, 수학적 사고와 창작의 세계에 대해 고민해 본다. 구체적으로는 자연스러움, 복잡함, 감각, 가치, 상전이, 유머 등 모두 26개의 키워드를 놓고 과학자와 예술가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연결 고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 낸다. 디자이너는 소통의 가능성을 `경계`에서 찾는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기술과학의 발달로 인간 사이의 소통은 점점 더 간접적인 것이 되고 있다. 김상욱 교수는 `제대로 소통하는 것은 기적`이라고 말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정보화 시대에 우리는 오히려 소통이 얼마나 미묘한 것인지 배워 가고 있다. 이책이 바로 그러한 시도다.

과학과 예술은 그 환경이 되는 사회 및 역사와도 연결된다. 귀족예술에서 서민예술로 이동하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과학자는 `평균`이 갖는 허구를 읽는다. 이제 부의 총량을 높이기 위한 `발전`보다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분배`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평균이 아니라 분포를 봐야 한다. 두 저자는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소통을 통해 사회학적인 맥락을 읽어내기도 하고, 더 나아가 존재론적인 성찰과 관계론적인 질문으로 향한다. 과학자는 인간 본연의 고독함을 뜻밖에도 `중력`과 연결하고, 잭슨 폴록과 몬드리안의 대비 속에서 아름다움의 원리를 삶의 복잡성에서 찾기도 한다. 타이포그래퍼는 유머감각에 대하여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도, 여유를 갖고 주위를 넓게 둘러보며 균형을 잡는 힘"이라고 정의한다. 사실 우리가 배우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삶을 향한다. `직각의 정적인 안정감과 구의 동적인 율동감 사이에서 균형의 기쁨을 찾기 위함`이다. 과학과 예술의 토대가 되는 관찰은 보이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고 생각하는 훈련은 인생의 아이러니까지 읽어내는 힘을 길러준다. 그것은 우리가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해 주는 에너지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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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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