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신록이 완연한 봄이 찾아왔지만 불현듯 찾아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세계적인 유행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클로로퀸, 렘데시비르 같은 이름도 무척 생소한 약물들이 치료의 희망으로 급부상했다가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전세계는 이제 백신(예방접종) 개발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적인 부호 빌게이츠까지 나서서 "코로나19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전세계가 백신 개발에 공동으로 노력할 것과 연구 개발비의 공동 기금 모집에 협력을 당부하는 내용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현재 전 인류는 대유행 감염병의 진단과 치료에 지출되는 비용과 시간, 또 이로 인한 막대한 사회 경제적인 피해와 공포, 고통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잔인한지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그러므로 질병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훨씬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이제는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질병 예방의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 것이 바로 백신이다. 인류의 평균 수명을 팔십이 넘게 만들면서 생존기간 연장에 크게 기여한 것 역시 백신이다. 백신의 탄생과 개발은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효율적이면서 강력한 생존 무기임에 틀림없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침입하는 적군에 해당하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기생충 등의 외부 적들의 다양한 공격에 대응하는 면역세포를 가지고 있다. 즉, 우리 몸에서는 매분 매초마다 외부의 적들과 면역세포사이에 끊임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인체의 면역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적들을 상대할 무기들을 미리 만들어 놓거나 즉시 만들어내야 한다. 혈액에서는 백혈구라는 면역 세포들을 만들어서 적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고 조직 내에는 적의 침입을 확인하고 필요시 경계령을 발령하고 또 직접 공격하는 수색대에 해당하는 세포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잘 훈련된 정규군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있다. 백신은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가진 적군에 해당하는 적군들의 독성을 약화시키거나, 또는 죽이거나 불활성화 시켜서 이들의 특이한 물질, 즉 항원만을 주입하는 방식을 통해 우리 몸이 이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만드는 것이다. 즉, 일종의 가짜 병원균을 만들어서 체내에 집어넣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가짜 적에 대항해 우리 몸 정규군의 활약을 통해 항체라는 강력한 면역능력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이 백신의 원리이다. 한번 생성된 항체는 매우 강력하여 이에 해당하는 항원을 가진 적군이 침입하면 바로 공격해서 질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 따라서 특정 백신은 한 번 접종하면 평생 그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대응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백신 접종의 기원은 18세기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당시 유행하던 천연두를 예방할 목적으로 시작됐다. 즉, 소의 우두를 접종 받은 사람의 경우에는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점을 입증한 것에서 시작한다. 백신의 어원은 제너를 기념하기 위하여 라틴어의 암소를 뜻하는 `베카`에서 이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두는 치사율이 30%에 달하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살아남아도 얼굴 피부에 옴폭 패이는 상처를 남겨서 한때 `곰보`라고 놀리기도 했고 조선시대에는 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호랑이와 동급이라는 뜻으로 `호환마마`라고 불리기도 했다.

백신을 이용해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을 예방접종이라고 한다. 예방접종으로 천연두는 지구상에서 이미 사라진 질병이 됐다. 1980년 5월 세계 보건 기구가 공식적으로 종식 선언을 했다. 이처럼 뛰어난 효과와 안전성이 보장된 잘 만들어진 백신은 단 한 번의 접종으로 과거에 있었던 또는 미래에 있을 공포의 질병으로부터 더 이상 우리를 불안해하지 않도록 떨지 않도록 만들어 준다.

코로나 19의 펜데믹으로 사회 경제적인 피해가 심각한 지금 세계는 백신 개발의 열기로 매우 뜨겁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현재 코로나19에 맞설 백신 개발을 위한 시도가 77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인체 임상 시험에 진입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백신개발에 필요한 재정 및 행정지원을 범정부적 차원에서 아낌없이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우리는 이미 빠른 시간 안에 성능이 뛰어난 진단키트를 만들어 코로나19의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으며 전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백신만이 유일한 희망이 되어버린 신종 전염병 창궐시대에 무엇보다 필요한 코로나19 백신을 안전성과 효능은 물론이고 지금과 같은 펜데믹 상황에서도 대량 생산에 문제가 없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개발해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완벽한 성공을 기원해 본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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