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부처님 오신날 특별 인터뷰]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집무실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집무실에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이 한반도를 포함한 전 지구촌을 강타했다. 의료와 방역, 경제적 위기 등 숫한 난제들이 즐비하지만, 극도로 불안정해진 인류의 정신세계를 치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국가와 사회가 힘들 때마다 분연히 일어섰고, 국민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줬던 한국 불교계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으로 한국 불교계를 이끌고 있는 원행(圓行) 스님은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은 불확실성에 의한 불안감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러한 두려움, 불안함, 피로감과 상실감, 외로움 등을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종교가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안함과 외로움 등을 해소하고, 어떻게 보듬어 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불교에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든 존재들이 서로 연결돼 있는 그물망 같다는 뜻으로 `인드라망`의 세계라고 부른다. 원행 스님은 "안드라망의 세계속에서 우리 인류는 코로나 위기가 오직 인간만의 이익을 위해 뭇 생명들을 위협하고, 개인의 탐욕에 물들어 이웃을 멀리하며 공동체를 훼손해 온 우리 모두의 삶과 생활에서 비롯된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우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모든 생명들이 함께 공존하며 조화롭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우리의 새로운 일상과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며 "이런 역할을 만들어 가는 게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은 코로나19사태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논의되던 초기부터 다른 종교단체보다 선제적으로 각종 법회와 기도를 중단하고, 각 사찰의 불교대학 교육 등을 연기했다. 특히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연기라는 힘든 결정도 내렸다. 매년 4월 30일 열리던 불교계 최대행사인 부처님오신날 공식 봉축법회를 5월 30일로 연기한 것은 사상 최초다.

이와 관련, 원행 스님은 "코로나19 위기가 국민과 세계인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한 불교계는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과 함께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는데 매진하고자 부처님오신날 행사일정을 `윤 4월`인 5월로 변경해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월 30일에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소속 1만 5000여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정진을 입재해 한 달 동안 모든 불교도들이 국난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기도를 진행한다. 또 당일 저녁 7시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난극복을 위한 희망의 등 점등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함께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코로나19를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은 황룡사 9층탑을 등으로 제작해 한 달간 전시할 계획이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는 다음달 23일과 24일 진행키로 했는데,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행사를 탄력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5월 30일에는 조계사 대웅전 및 전국 사찰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및 국민의 안전과 국난극복을 위한 기도정진 회향 법회를 열기로 했으며, 이날 원행 스님의 대국민 메시지도 내놓을 예정이다.

각종 법회 중단도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원행 스님은 "법회를 중단하면서 대부분이 사찰들이 경제적으로 매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겠지만 사찰 또한 신도님들의 기도와 보시 등이 사찰경제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나아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 또한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수입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어 매우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찰 운영에 있어 어려움이 충분히 예상됐지만, 그럼에도 법회를 중단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으로 삼고,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게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결단 배경을 설명했다.

법회 중단은 신도들과의 소통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등 다방면에서 종교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원행 스님은 "일부 사찰과 스님들은 대중이 모이는 법회가 불가능하게 됨에 따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온라인으로 법회를 진행하거나 또는 법문을 촬영해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며 "각종 SNS를 활용해 각자의 신행 활동을 점검하고, 이와 함께 수행 전문가들의 상담과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고 불교계의 비대면 활동상을 소개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교계 역시 비대면 종교집회 등 새로운 종교활동 영역을 준비해 나가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각계각층에서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토론을 비롯해 우리 종단 내부에서도 코로나19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성찰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종교활동 영역의 개척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와 공론의 장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으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국난이 있을 때마다 스님들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분연히 떨쳐 일어났기에 한국불교는 호국불교로 불린다. 조계종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맞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또다시 일어섰다. 원행 스님은 "피해가 극심한 지역과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진행해 각 지역 및 기관에 지원물품과 성금을 전달했다"며 "또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밤낮 없이 헌신하는 의료기관 관계자들을 격려하고자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동화사 등에서는 사찰음식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불철주야 노고를 아끼지 않았던 의료진을 대상으로 전국 16개 사찰에서 `토닥토닥 템플스테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코로나로 인해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였던 국민들에게 위안과 휴식의 시간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행 스님은 "일선 사찰에서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봉사와 지원활동을 이어갈 것이며, 사찰을 방문하시는 국민들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과 위로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맞이하겠다"며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기원하며, 코로나19로 희생되신 분들을 위한 기도정진도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기도 한 그는 위정자를 포함한 지도자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우선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한다는 뜻의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언급하며 "불교지도자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모든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제일 중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고 화두를 던졌다.

이어 화합의 리더십을 제시했다. 그는 "요즘 사회는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도리어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염려스러운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나의 주장만을 내세우지 않고 나와 다른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속에서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현대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지도자의 리더십"이라고 밝혔다.

한신협공동기획 대전일보 송충원 기자

■ 원행스님은

대한불교조계종을 이끌고 있는 원행(圓行) 스님은 1973년 월주 스님을 은사로 금산사에서 출가했다.

해인사 승가대학과 중앙승가대학교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과 불교대학원 과정을 모두 마쳤다. 2013년에는 한양대학교에서 `조선 초기 관료들의 성리학적 정치 이념과 함허 선사의 `헌정론`에 관한 연구`라는 제하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원행 스님은 1994년 4년 임기의 제11대 중앙종회의원에 오른 뒤 총 4번의 중앙종회 의원과 제16대 중앙종회 의장을 역임했다. 또 중앙승가대학교 총동문회장과 총장, 나눔의 집 원장, 조계종 호계원과 중앙종회 사무처장, 금산사 주지 등을 지냈다.

2018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제36대 조계종 총무원장직을 수행 중이며, 같은 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으로도 추대됐다. 지난 해 6월부터는 7개종단(불교, 개신교, 천주교, 유교, 천도교, 원불교, 민족종교) 지도자들이 종교계 화합 및 연합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1997년 설립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직을 맡게 됐고, 올해 3월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신협공동기획 대전일보 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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