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IRB 행정간사
이정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IRB 행정간사
IRB(임상연구심사위원회) 행정간사 업무를 처음 시작하던 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당시 황우석 사태가 계기가 돼 IRB가 대중적으로 언급됐고, 의료인인 나도 사실 IRB가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 `모르는 부분은 배우면서 하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2013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전면 개정되면서 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를 할 때는 IRB 심의를 받아야 한다. 덕분에 현재는 많은 분들이 인지하고 있지만 필자가 업무를 처음 시작한 시기에는 인지도 제로에 가까운 업무였다.

당시 본원에서는 CMC 9개 기관(대전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성의교정)이 임상연구 분야에서 최고 인지도 있는 AAHRPP(Association for the Accreditation of Human Research Protection Program, 임상연구 피험자보호 인증협회)의 초기인증을 진행 중이었다. 인증 과정은 기관 내 임상연구 수행과 관련한 시스템을 정비하고 올바르게 구축하는 계기가 됐고, 업무를 처음 수행하는 나에게는 벅차기도 했으나 많은 것을 몸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적지 않은 나이에 IRB 사무국 업무를 시작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행정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임상을 떠나 사복을 입고 나를 위해 마련된 내 책상에서 간호 처치가 아닌 행정업무를 한다는 것에 많은 기대감이 있었다. 허나 정작 업무를 시작하고 보니 행정업무 부분에서는 지식이 전무해 주위 행정전문 직원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내가 임상간호사로 일할 시절에는 지금과 다르게 문서를 처리하거나 접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으니 힘든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지도 모른다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물어물어 배우며 업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임상에서 간호술기 시행이 익숙했던 나에게 행정업무는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것이 없었다. 그래도 주변의 도움과 좋은 동료들의 충원으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업무에 있어서 힘든 부분 하나를 더하자면 법과 규정이다. 임상연구가 활성화되면서 관련법은 지속적으로 강화돼 개정·신설되고 있고, 규정은 재정비되고 있으며, 가이드라인은 각 부처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관련한 행정업무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는 실제 진료과정에서 진료의에 의해 수행되고 있으므로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연구자들이 합법적으로 관련 법규들을 적용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일이 매력적인 이유는 매일이 새롭기 때문인 것 같다. 소위 말하는 `케바케`가 항상 발생한다. 물론 법과 규정이 있으므로 이에 근거해 위원들이 논의하고 결정해 연구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이외의 변수로 발생하는 건들에 대해서는 실무자인 행정간사의 의견을 요구하고 있어, 스스로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된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법령과 규정들을 그간의 히스토리를 파악하면서 업무 및 연구자, 관련 부서에 일사분란하게 적용시켜야 하는 등 업무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면서 힘들긴 하지만, 성취감과 소속감을 선사한다.

임상이 간호사 업무의 꽃이긴 하지만 간호사라고 해서 임상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면 간호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꼭 필요한 존재로서 능력을 발휘하는데 아주 좋은 조건이 될 수 있음이 틀림없다. 행정업무를 수행하면서 전문행정이 아닌 간호사였기에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내가 간호사가 아니었다면 이 일을 이렇게 수행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간호사여서 참 다행이었구나`라고 되뇌여 본다.

이정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IRB 행정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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