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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건축] 우리 생활과 카페

2020-04-29 기사
편집 2020-04-29 07: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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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커피. 우리가 커피라는 기호 식품을 접하게 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다수의 사람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 아관파천 당시 고종황제가 러시아 대사관에서 처음 접한 후 이 새로운 음료에 매료되어 다시 황궁으로 복귀했을 때 관료들에게 지시를 내려 다과를 들거나 연회 및 음악을 감상할 때 자주 음미했다는 것이다. 근래 들어 누구를 만나면 편하게 '커피 한잔할까' 하며 카페(Cafe)를 찾아간다. 카페는 프랑스어로 '커피'를 의미한다. 가벼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휴게음식점으로 과거 유럽과 미국에서는 술은 마시지 않고 사교활동이 가능한 지적 교류의 장이었으나 현대에는 커피를 마시고 잠시 쉬어가는 휴식의 공간으로 변했다.

그러나 주변에 카페가 많은 것을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통계에서 봤는데 우리나라 인구 대비 커피 소비량이 세계 평균의 2.7배(1년에 400잔)로 1위라고 한다. 이렇듯 소비량이 많다 보니 도심의 건축물에 들어서는 카페뿐 아니라 외곽에 산지·농지를 전용 및 개발행위를 통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수많은 카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는 한 번쯤 짚어봐야 할 것이다. 전원카페라는 이름으로 한적한 시골의 낡고 오래된 구옥이나 창고를 리모델링해 주변의 잔잔한 풍경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여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주차공간 부족, 동행한 애완동물로 발생하는 민원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공생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또한,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은 무시한 채 들어서는 대규모 '나홀로 카페'는 방문객 증가에 따른 많은 차량의 출입으로 비좁은 도로는 마치 레이싱을 보는 듯하며 카페 야경을 위해 켜 놓는 조명으로 인한 주민들의 숙면 방해와 농작물의 피해를 일으켜 언쟁이 벌어지곤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단독주택 부지 조성 못지않게 카페 부지 조성을 위한 개발중단 사업도 많다고 한다. 좋은 경관은 우리를 자연으로 이끌어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많은 이들이 '이런 곳에 카페나 할까'하는 마음으로 지자체 허가를 득한 후 공사를 진행하다 예상치 못한 민원, 사업비 증가로 중단돼 방치된 공사현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도심지에서는 치열한 경쟁 구도로 매출을 걱정하다 한적한 시골 또는 교외로 매장을 이동하는 순간 여러 가지 마찰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마냥 시골 분위기로 존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나 조금씩 변하면 안 되는 것일까. 커피문화는 너무나도 빠르게 우리의 생활의 한 자리에 들어서 있다.

우연히 방문한 시골의 한 카페는 바깥 풍경으로는 바라볼 게 없었다며 안에 중정을 조성해 사계를 제공한다고 한다. 카페건물은 출입구만 있을 뿐 창이 없었다. 마을 주민들 또한 어떤 건물이 창이 없는지 궁금해했을 것이다. 밖에서 볼 때 용도를 전혀 알 수 없는 건물은 호기심 자극을 컨셉으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카페도 마을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마음이 쉬고 싶을 때 가끔 지리산 인근의 한 농가를 찾는다. 언제나 열려있는 주인장들의 마음과 대문이 없는 공간 다실(茶室)은 찾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편히 보듬어 준다. 이 농가를 찾는 이들은 어찌 알고 왔는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차 한자 하이소' 하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우리 식구들을 자꾸 찾게 한다. 주인아주머니는 여러 가지 발효액과 매실청으로 나의 입맛을 더욱 돋워 주신다. 두 분은 말씀하신다. 주변에 들어서는 카페는 너무 상업적이어서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카페거리가 있듯이 차(茶) 거리도 있었으면 하고.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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