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커피. 우리가 커피라는 기호 식품을 접하게 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다수의 사람이 알고 있는 상식으로 아관파천 당시 고종황제가 러시아 대사관에서 처음 접한 후 이 새로운 음료에 매료되어 다시 황궁으로 복귀했을 때 관료들에게 지시를 내려 다과를 들거나 연회 및 음악을 감상할 때 자주 음미했다는 것이다. 근래 들어 누구를 만나면 편하게 `커피 한잔할까` 하며 카페(Cafe)를 찾아간다. 카페는 프랑스어로 `커피`를 의미한다. 가벼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휴게음식점으로 과거 유럽과 미국에서는 술은 마시지 않고 사교활동이 가능한 지적 교류의 장이었으나 현대에는 커피를 마시고 잠시 쉬어가는 휴식의 공간으로 변했다.

그러나 주변에 카페가 많은 것을 좋은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을 것 같다. 어느 통계에서 봤는데 우리나라 인구 대비 커피 소비량이 세계 평균의 2.7배(1년에 400잔)로 1위라고 한다. 이렇듯 소비량이 많다 보니 도심의 건축물에 들어서는 카페뿐 아니라 외곽에 산지·농지를 전용 및 개발행위를 통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수많은 카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는 한 번쯤 짚어봐야 할 것이다. 전원카페라는 이름으로 한적한 시골의 낡고 오래된 구옥이나 창고를 리모델링해 주변의 잔잔한 풍경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여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장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주차공간 부족, 동행한 애완동물로 발생하는 민원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공생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한다.

또한,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은 무시한 채 들어서는 대규모 `나홀로 카페`는 방문객 증가에 따른 많은 차량의 출입으로 비좁은 도로는 마치 레이싱을 보는 듯하며 카페 야경을 위해 켜 놓는 조명으로 인한 주민들의 숙면 방해와 농작물의 피해를 일으켜 언쟁이 벌어지곤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단독주택 부지 조성 못지않게 카페 부지 조성을 위한 개발중단 사업도 많다고 한다. 좋은 경관은 우리를 자연으로 이끌어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많은 이들이 `이런 곳에 카페나 할까`하는 마음으로 지자체 허가를 득한 후 공사를 진행하다 예상치 못한 민원, 사업비 증가로 중단돼 방치된 공사현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도심지에서는 치열한 경쟁 구도로 매출을 걱정하다 한적한 시골 또는 교외로 매장을 이동하는 순간 여러 가지 마찰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마냥 시골 분위기로 존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으나 조금씩 변하면 안 되는 것일까. 커피문화는 너무나도 빠르게 우리의 생활의 한 자리에 들어서 있다.

우연히 방문한 시골의 한 카페는 바깥 풍경으로는 바라볼 게 없었다며 안에 중정을 조성해 사계를 제공한다고 한다. 카페건물은 출입구만 있을 뿐 창이 없었다. 마을 주민들 또한 어떤 건물이 창이 없는지 궁금해했을 것이다. 밖에서 볼 때 용도를 전혀 알 수 없는 건물은 호기심 자극을 컨셉으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카페도 마을 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나는 마음이 쉬고 싶을 때 가끔 지리산 인근의 한 농가를 찾는다. 언제나 열려있는 주인장들의 마음과 대문이 없는 공간 다실(茶室)은 찾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편히 보듬어 준다. 이 농가를 찾는 이들은 어찌 알고 왔는지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다. `차 한자 하이소` 하는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우리 식구들을 자꾸 찾게 한다. 주인아주머니는 여러 가지 발효액과 매실청으로 나의 입맛을 더욱 돋워 주신다. 두 분은 말씀하신다. 주변에 들어서는 카페는 너무 상업적이어서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카페거리가 있듯이 차(茶) 거리도 있었으면 하고.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