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
권선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
2020년도 어느 새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코로나19라는 키워드가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WHO는 팬데믹을 선언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 개학, 보편적 재택근무 등 그 간 경험하지 못한 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나아가 코로나19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이 완전히 다를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으로는 수많은 나라들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며 신음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2월 중순 예기치 않은 확진자의 폭발적 증가를 겪으면서도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검사, 발 빠른 진단키트 개발, 투명한 역학조사 및 정보공개,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등을 통해 바이러스 전파의 효과적인 억제에 성공하면서 많은 외신에서 방역 모범국으로 인용되고 있다.

감염병 창궐이라는 재난에 대한 복원력이 뛰어난 국가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재난 시 시스템이 본연의 기능을 유지하는, 그리고 재난 이전의 기능으로 복구시키는 능력을 의미하는 복원력은 커뮤니티 차원에서의 재난 대응에 있어서 중요한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복원력의 주요 구성요소는 재난 시 사회 기능 저하의 발생수준 및 저하된 사회 기능 복구의 효율수준이다.

이번 사태에서 전자는 감염자 수, 사회 봉쇄수준, 의료체계 유지수준, 소비둔화로 인한 경기침체 등으로, 후자는 진단 및 치료수준, 감염자 수의 유의미한 감소에 소요되는 시간 등으로 환산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두 요소에 있어서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사회의 복원력 수준을 결정하는 네 가지 요소인 대비의 강건함 수준, 복구 속도, 가용 자원 및 대체 가능수준을 우리의 상황에 맞추어 풀어보자면 높은 검사역량, IT 강국다운 빠른 정보공유 및 업무처리, 정부 관계자 및 의료진의 헌신과 희생, 국민들의 수준 높은 협조 등이 조화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03년 사스 이후 질병관리본부가 출범했고 2015년 메르스 이후 진단 키트를 신속하게 승인할 수 있는 국가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여러 기업들의 뛰어난 역량이 함께 발휘돼 정확도 높은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해졌는데, 이러한 사전 예방적 대처의 유무가 보이지 않는 복원력 차이를 만들었고 국가별로 크게 다른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재난 복원력은 비단 감염병의 경우로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중약진 지대로 여겨져 태풍, 홍수 등 타 재난과는 달리 지진재난에 대해 큰 위협을 받지 않고 있던 것이 사실이나, 최근 동남권에서 연달아 발생한 지진으로 상황의 변화가 감지됐다.

지진 피해는 감염병과는 달리 비교적 국지적으로 발생하나 그 파괴력은 훨씬 클 수 있으며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에서 보았듯 끔찍한 2차적 환경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진에 의해 직접적으로 우리 주변의 환경과 시설물이 파괴되는 1차 피해와 달리, 간접적이지만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2차 피해는 원전과 같은 산업시설의 피해로 인한 유해물질 유출, 물적·인적 네트워크 단절 및 이로 인한 복구 및 치료 지연, 산업시설 및 기업의 운영 중단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및 이로 인한 고용 및 산업 파급효과 등을 포함한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대응상황을 좋은 예로 삼아 지진 재난 복원력의 증대를 위한 국가 시스템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 지진 시나리오별 직·간접적 피해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피해 시나리오별 최적의 복구전략을 마련해 지진 발생에 정책적으로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시나리오별 사회경제적 비용을 예측해 지진 발생 전 최적의 비용투입 전략을 수립, 최적의 자원배분을 통해 재난 대비의 강건함은 높이면서 효율적 복구와 대체를 이뤄내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감염병 뿐만 아니라 지진 재난 복원력 또한 뛰어난 나라로 발돋움하길 기대해본다.

권선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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