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1부 조수연 기자
취재1부 조수연 기자
아시안게임 충청권 유치 공약이 신청서도 내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무산됐다. 충청권의 빈약한 정치력은 여실히 드러났고, 용역비 4억 원은 허공으로 날아갔다.

각계의 반성보다 먼저 남 탓 공방이 시작됐다. 실체 없는 비난의 화살은 곧장 여기저기로 향했고, 각자의 책임론을 희석하기 위한 `셀프 변호`가 이어졌다.

충청권은 정부가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 의도적으로 심사를 지연했다고 주장했다. 막대한 예산을 쏟는 국제 대회를 잇달아 치르기에 국가 재정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을 거라는 예측이다. 문체부는 곧장 4개 시도가 제출한 서류가 미비했을 뿐 올림픽을 고려한 것은 아니라고 맞받아쳤다.

아시안게임 충청권 유치는 여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유치 관련 주무장관을 역임한 국회의원 당선인의 대표 공약은 당선 열흘 만에 뭉개졌다. 그는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가 내정한 나라를 지정해 주기 위해 유치 신청 기간을 앞당긴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탓에 열 올리던 지자체와 정치권은 곧장 2027년 유니버시아드나 2034년 아시안게임 등을 유치하면 된다고 말을 돌렸다. 하지만 앞다퉈 내세웠던 약속이 무산된 마당에 갑자기 나온 대안이라는 점에서 여론은 냉소적이다.

관료는 정책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전문가다. 전문가답게 절차와 상황별 시나리오를 꼼꼼하게 따졌어야 했다. 정부와 시민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충청권을 확실하게 밀어주는 동반자로 만들 수 있는 정치력도 발휘해야 한다. 정치력은 `혼자 잘하겠다`라는 게 아니라 `함께 잘하자`라는 마음에서 나온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2년 앞두고 1986 서울 아시안게임을 유치해 국제 대회 개최를 위한 조건을 사전 점검한 경험이 있다. 2030아시안게임을 유치할 경우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 개최를 위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등의 조건을 내세웠다면, 정부의 태도가 소극적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남 탓 공방 대신 `내 탓 공방`을 벌여봐야 한다. 아시안게임 유치 실패와 대책마련이라는 당위성만 좇다가 본질을 잊은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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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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