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문제를 놓고 미래통합당 내 논란이 한창이다. 총선 패배 책임이 있는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를 이끄는 것이 잘못이라는 반발과 그 외엔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으로 조용한 날이 없다. 이런 가운데 통합당은 내일 전국위원회에서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돼 총선 이후 열흘 가까이 지속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지, 부결돼 당이 내홍으로 치달을지 분수령이 될 전망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결과 영남 지역으로 쪼그라들고 보수세력도 모두 끌어안지 못할 정도로 세력이 약화됐다. 중원과 중도로의 확장이라는 염원이 가로막힌 것이다. 이런 결과는 단순 요인이 아니라 정강정책과 논리, 인지와 공감 능력, 지역과 세대 등 전 영역에 걸쳐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기에 비롯된 것이다. 인물을 발굴하고 천거하는 과정 역시 특정인과 친소관계에 얽매이는 등 매끄럽지 못했다. 오로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헛손질로 승리를 헌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당은 여전히 기득권과 안일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있다. 구원투수 역할을 수락한 김 전 위원장의 개인적 이력과 행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물론 비대위 권한과 기간 등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패배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기보다는 누군가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집단 책임 회피가 만연한 듯한 인상이다. 현재 통합당 구성원 중에는 강력한 쇄신을 이끌 인물이 없다는 자성론에서 출발한 것이 `김종인 비대위`이건만 패배 책임을 떠넘기려는 시도는 여전하다. 그의 권한 제약을 통한 활동 공간 확대를 도모하려는 일부 중진들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다.

통합당의 취약한 토대를 확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당에 빚이 업고 다른 야심이 없는 인물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김종인 비대위는 현실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출범도 하기 전부터 흔들리면 정강정책이나 인물 교체 등 전반적인 쇄신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종인 비대위 출범 여부는 구성원들의 판단에 달렸지만 그 기준은 몇몇의 정치적 입지가 아니라 쇄신의지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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