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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칼럼] 위성정당의 함정과 망령

2020-04-23기사 편집 2020-04-22 18:12:55      김시헌 기자 see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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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시헌 논설실장
4·15 총선이 끝나자마자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다. 군소정당의 다양한 가치와 목소리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정치 혼란과 불신을 키우는 역효과만 초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준연동형 비례제를 악용해 생겨난 위성정당들이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선거법 개정의 당위성은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 범여권 성향 군소정당들은 지난해 '4+1 협의체'를 가동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다. 한마디로 비례성과 대표성을 살리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의석 47석은 더불어시민당 17, 미래한국당 19, 정의당 5, 국민의당 3, 열린민주당 3석 등 5개 정당이 차지했다. 비례대표 후보를 낸 35개 정당 가운데 나머지 30개 정당은 의석 배분 기준인 득표 3%를 넘기지 못해 단 한 개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군소정파의 원내진입은 다시 현실의 벽에 막힌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4개 정당이 당선자를 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정치지형이다.

사표(死票)를 방지한다는 지향점도 구현하지 못했다. 비례대표 선거의 총 투표수 2912만 6396표 가운데 85.3%인 2485만 6070표는 실제 의석 확보로 이어졌다. 하지만 14.7%인 427만 326표는 30개 정당으로 분산되면서 모두 사표가 됐다. 20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기여하지 못한 사표가 9.5%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사표를 방지하면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는 무색해졌다.

이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예견됐던 부분이다. 양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함정을 익히 알았으면서도 의석 확보에 혈안이 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강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온갖 명분을 동원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앞장서서 이끌어 놓고 스스로 이를 무력화시키는 자가당착의 우를 범했다. 행여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을 앞세워 원내 다수당이 될까 하는 조바심이 작용한 탓이다. 오죽하면 당내 일각에서도 집권여당의 자세는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까.

여기까지라면 그래도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양당의 꼼수는 계속되고 있다. 바로 비례 위성정당을 별도 교섭단체로 치장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마치 총선을 앞두고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통합당이 한바탕 드잡이를 벌였던 것과 유사하다.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 아니 이들의 모체인 민주당과 통합당이 위성교섭단체 구성을 둘러싸고 눈치전을 벌이는 이유는 정치적 이익과 무관치 않다. 오는 7월 출범 예정인 공수처장 추천위원 지명권이 달린데다 교섭단체 위주로 배분되는 상임위원장과 정당보조금도 놓치기 어려운 유혹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는 반칙이다. 70여년 헌정사에 이런 꼼수와 반칙은 없었다.

위성 교섭단체 논란은 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더불어시민당과 합당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면서 다소 누그러지는 양상이지만 완결된 것은 아니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과 별도의 교섭단체를 구성하면 언제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도 산발적으로 내놓고 있다. 미래한국당 역시 여론의 흐름과 모(母) 정당의 지시를 지켜보면서 명확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양당이 서로 눈치를 보면서 미적거리는 한 위성교섭단체의 불씨는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태생부터 꼼수인 위성정당의 망령이 21대 국회 진입로를 휘젓고 있다는 사실은 부끄러움을 넘어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까지 위협하는 것이다. 이쯤에서 위성정당의 폭주를 끝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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