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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물 범람시대 혹시 우리도 성범죄 방관자?

2020-04-22기사 편집 2020-04-22 14:09:42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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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이다혜·최세희·조영주 지음/민음사/ 412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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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내가 이 불법 동영상을 보면 피해자 여성이 자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상을 볼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동영상을 보지 않는 많은 여성들도 이건 내 문제가 아니니까, 나는 이런 동영상에 노출될 리 없으니까, 나는 안전한 관계만 맺고 있으니까, 하면서 불법 동영상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동영상을 보는 남성들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요.-본문 중"

N번방, 버닝썬, 정준영 단톡방, 장자연, 또 툭하면 터지는 화장실 몰카사건…. 터졌다 하면 전국민의 공분을 사지만 금방 식어버리고, 또다시 반복되고 마는 문제들에 여성들이 '이대로는 못살겠다'며 나섰다. 범죄 심리학자 이수정 박사와 이다혜 영화기자 등이 범죄 영화를 통해 사회적약자 문제를 깊게 논의한 책이 출간됐다. 문화 예술 분야 1위 팟캐스트를 책 한권에 압축했다. 3만 구독자들은 댓글창과 SNS에 일상적으로 느꼈던 부조리와 새삼 깨닫게 된 잔혹한 현실에 대해 울분과 설움과 한탄을 쏟아 냈다. 특히 성폭력 피해 여성들이 때로는 공개적으로, 때로는 비밀 댓글로 자신들의 고통을 전해 왔다. 책은 '나, 내 가족만 피해자가 아니면 된다'는 식의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따끔한 일침을 날린다.

'n번방 사건'은 전국민의 공분을 샀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수정 박사는 "여성을 성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성을 사고 파는 걸 범죄라 생각하지 않는 풍조가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한다.

언론에는 또래 아이들에게 맞아 피를 철철 흘리는 여자 초등학생의 사진이 자극적으로 보도되곤 한다. 그런데 왜 이런 아이들이 밤늦은 새벽에 노래방에 모여 어린 여자 아이를 폭행하는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사건을 파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 '꿈의 제인', '믿을 수 없는 이야기', 다큐멘터리 '팔려 가는 소녀들'을 분석하며 이 박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연한 성착취가 불법 동영상으로 이어지는 배후에 랜덤 채팅 앱이 있음을 알린다.

"앱은 전부 중소 IT 기업에서 만듭니다. 여자아이들과 채팅하는 시간에 벌어들이는 수익은 업체와 아이들이 반반씩 갖거나, 혹은 아이들에게 훨씬 적은 돈을 주고 업체에서 착복합니다. 보통 여자아이들은 채팅을 하면 상품권이나 포인트를 지급받고, 성인 남성들은 회원 등록을 할 때 돈을 냅니다. 앱을 사용하는 여자아이들이 많아야 성인 이용자들이 앱으로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성인 남자들은 돈을 내고, 여자아이들은 돈을 안 내는 시스템인 겁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에게 가장 논의가 필요한 사안은 의제 강간 연령이다. 결혼의 의무는 18세부터인데 섹스의 권리는 13세부터라는 현재 법 제도의 모순은 강간으로 성 매수의 세계에 빠져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가해자로 낙인찍혀 버리는 청소년들을 지켜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박사는 사람을 사고파는 사회의 결말은 다 같이 망하는 길뿐임을 강력히 주장하며 옆집 아이가 사고팔리는 것을 내 일이 아니라고 안심하며 안 된다고 경고한다. 또한 성범죄에서 우리 사회가 곧잘 저지르는 '피해자다움'의 강요, 스토킹 방지법에 대한 문제들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피해자의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더 세심하게 보듬어야 할 사안들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나의 탓이 아니며, 나는 불운한 범죄의 피해자일 뿐이라는 사실, 내 전체 인생에서 그런 피해는 그저 일부일 뿐이고 내겐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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