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 ㈜드림이엔지 회장
홍윤표 ㈜드림이엔지 회장
기술은 인류가 살아가는 데 행해지는 모든 활동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편리한 방법을 추구한다. 이론적 학문연구와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방법을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든 행위에도 기술은 존재하며 일을 할 때는 전문기술에 따라 수행해야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일할 수 있고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급격한 경제·산업발전에 비해 기술을 논리적으로 적용하는 일반적인 개념이 성숙하지 못하다.

일정 수준의 생산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따라 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체제상의 장벽이 형성돼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양질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건설 산업 분야는 급격한 수요 충족과 집권자의 실적 내세우기로 국가나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와 그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아래 몇 가지 예로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건설의 대표격인 아파트 건설을 살펴보면 1970년대 초 서울 시영아파트를 시작으로 신도시건설과 재개발 등으로 수백만 가구의 아파트가 건설됐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회사가 아파트 시공에서는 달인이 됐다.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품질을 높이기 위해 가장 많은 전문 기술자들이 동원돼 주거의 편리성과 안정성, 환경적인 면을 철저히 검토한 결과로 결정돼야 하는 아파트의 용적률은 허가권자인 관할 관청에서 해당 지역의 아파트 열기에 따라 올리고 내리며 전문가의 기술적 관점보다는 행정편의에 따라 결정되는 실정이다.

수명이 100여 년에 달하는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를 양생 기간도 되지 않는 기간인 30년을 전후해 철거하고 재건축할 수 있게 하는 행정도 있다.

일부에선 준공 후 20년도 채 안 된 아파트가 철거대상으로 지정돼 가장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기현상도 나타난다.

이 같은 결과는 구조기술을 비롯한 관련 건설기술을 등한시해 발생한 것으로 국가 경제를 좀 먹고 아파트를 투기 대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보면 지하철 노조가 처우개선 등의 투쟁을 할 때 20여 년이 넘도록 내세우는 첫 번째 투쟁구호는 `준법운행`이다.

지하철 운행규정에는 각 역에서 30초간을 정차해야 하지만, 실제 운행에서는 차량이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도록 15-20초 사이로 탄력적으로 규정을 어기는 불법 운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투쟁에선 30초 규정에 맞게 준법운행을 해 차량이 밀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조가 법을 지키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큰일이 난다며 정부와 국민, 관련 기술자들까지도 매번 놀라면서도 운행상의 기술적인 규정을 개선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기술적인 개념과 적용이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기술은 어떠한 것을 만드는 데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는 소프트웨어성 기술을 등한시해 대부분 산업과 건설 시설들의 계획과 운용이 전문기술자의 기술력 보다는 행정편의적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고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혼란으로 6년여 동안 고통을 받고 있는 세월호 사건도 기술적인 관점과 원칙을 무시한 무리한 운행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피와 땀으로 이룩한 세계 10위의 경제를 유지하고 국민 모두가 평화와 안전 속에 여유로운 행복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모든 활동에서 기술이 우선 적용되는 사고와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의 기술력이 존경받는 사회적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홍윤표 ㈜드림이엔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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