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헌 인아트 대표
엄태헌 인아트 대표
미국과 유럽 각국은 물론 전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큰 위기상황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연착륙을 준비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위기가 지속되면서 걱정이 더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세상의 패권을 쥐고있는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무적의 함대로 불리던 스페인부터 로마제국을 이끌던 이탈리아까지, 역사가 기억하는 그들의 영광을 떠올리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다가, 문득 우리가 지금 이탈리아의 디자인에 큰 빚을 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는 그 오랜 기간 동안 디자인에 있어서 만큼은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이탈리아를 갈 때 마다 느끼는 것은 이들이 과거에 기대어 살고 있는 게 아니라, 과거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라 벨라 피구라`(La Bella Figura)라는 말을 종종 한다. 이탈리아 인들이 삶에 스며든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이 단어는 우리말로는 `아름다운 형태` 정도의 의미를 지닌 말이다. 아름답고 우아한 것들에 경외와 존경심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잘 다린 셔츠와 바지, 광을 낸 구두를 신고, 여성들은 격조 있는 옷들과 멋스러운 악세서리로 멋을 부린 이들로 가득하다. 옷뿐 아니라 아주 오래된 문고리를 더 좋아하고, 작은 경첩하나에도 공을 들이는 것이 이탈리아 인이다. 좀 거칠게 표현한다면, 우리가 편리함을 쫓는다면, 이들은 아름다움을 쫓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쌓여온 감각과 문화가 이탈리아의 디자인은 세계적이라는 명제를 만들어냈고, 디자인을 고민하는 우리에게 꽤 깊은 울림을 주었다.

물론 디자인은 보기에만 예쁜 것은 아니다. 놓아두고 쳐다보기만 하는 게 아닌 이상, 사용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한다면 당연히 외면받게 된다. 그래서 사용자에 대한 관심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닌 이탈리아인들의 디자인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닐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싶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가장 잘아는, 이탈리아인들은 이를 바탕으로 아름답고 우아하면서도 편안한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나의 취향을 찾아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단순히 좋은 것, 싫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 필요한 것, 오랫동안 함께해도 좋은 것 뿐만아니라 나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의 취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거실에 소파하나를 들여놓을때도, 고려할 사항은 넘쳐 난다. 먼저 예산을 정해야 하고, 우리 집의 구조에 따라 크기도 정해야 하고, 인테리어 마감재에 맞춰 적당한 컬러도 골라야 한다. 막상 오랜 고민끝에 구매하고 나서도 완벽하게 맘에 들지 않을 때도 많다. 이럴땐 전문가의 도움으로 좀더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매일 이런 일들을 하고 있는 전문가의 경험치를 빌려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은 분명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될 것이다. 일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에게 묻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스타일리스트는 나의 취향을 하나씩 찾아나가는 여정을 함께하는 동반자라 생각한다. 이런 경험이 쌓여 나의 취향을 알아가게 된다면, 분명 자신만의 `라 벨라 피구라`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만의 `라 벨라 피구라`를 찾을 수 있도록 전문가와 더 쉽게 만날 수 있도록 만드는 창구가 되는 것이 기업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고, 더 많은 이들의 취향을 찾아내고 즐기는 화양연화를 누리게 되길 기원해 본다. 엄태헌 인아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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