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방사선 기술을 이용해 치과용 소재로 쓰이는 `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를 개발한 임윤묵 박사가 현미경을 통해 신소재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제공
방사선 기술을 이용해 치과용 소재로 쓰이는 `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를 개발한 임윤묵 박사가 현미경을 통해 신소재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제공
국내 유일의 원자력 종합 연구개발 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은 원자력관련 연구 수행만 한다는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원자력연구원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는데 이중 하나가 신소재 연구다. 연구원에 축적된 중성자 및 방사선 기술을 활용해 원자력뿐만 아니라 의료·바이오, 항공·우주, 국방, 환경, 에너지 등 첨단 기술 분야의 소재 기초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해당 분야에 필요한 신소재를 직접 개발함으로써 신산업을 창출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중이다. 현재 연구원에서는 나노 소재, 에너지 소재, 생체기능성 소재, 복합 소재 등 여러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중성자 활용 소재 연구=중성자는 양성자와 함께 원자핵을 이루는 핵자로 전하를 지니고 있지 않아서 중성자라고 부른다. 중성자를 빔 형태로 물질에 쏘면 원자핵과 반응해 물질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나타낸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물질의 원자·나노 구조와 물질 내부의 동역학을 1nm 이하에서 수백 nm수준까지 측정할 수 있는데 이를 중성자 산란이라 한다. 중성자 산란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의 광학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해 신소재를 개발 할 수 있다.

지난 2월 KAERI 연구진은 중성자 산란 기술로 일반 금속과 다르게 극저온에서 충격에 더 강한 `엔트로피 합금`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이 연구 성과는 엔트로피 합금의 고도화에 기여해 산업에서도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 3조 원 규모의 국내 극저온 밸브, LNG 저장탱크 및 액체수소 저온탱크 시장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약 50조원에 달하는 극지 해양플랜트 소재부품 사업에 기초과학적 기반지식 및 생산기술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선 활용 소재 연구=방사선을 사용하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재를 탄생시킬 수 있다. 첨단방사선연구소 임윤묵 박사팀은 2018년 방사선 기술을 이용해 치과용 소재로 쓰이는 `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를 개발했다. 치주조직재생유도재는 염증이나 외상, 임플란트 시술 등의 치과 치료시 잇몸뼈가 빠진 빈 공간에 뼈가루 등의 골 이식 이후, 주변 잇몸 세포들이 치료부위로 자라나 새로운 잇몸뼈 재생을 방해하는 것을 막아주는 차폐막 역할을 한다. 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는 천연 고분자 물질인 `미생물셀룰로오스`를 원료로 사용한다. 연구진은 이어 미생물셀룰로오스에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내리쬐어 동결건조하는 등 공정을 거쳐 신소재를 개발했다. 미생물셀룰로오스는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는 특성이 있지만 방사선 조사를 통해 내부 결합력이 약해지면 일정시간 이후 자연적으로 인체 내에서도 분해, 흡수된다. 새로 개발한 흡수성 유도재는 티타늄 등의 금속성 소재를 사용하는 비흡수성 치주조직재생유도재와 비교했을 때, 자연적으로 인체에 흡수되기 때문에 유도재를 제거하기 위한 2차 수술이 필요 없어진다. 또 기존 의료용 콜라겐을 원료로 사용하는 흡수성 유도재와 마찬가지로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제조비용은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금속-SiC 하이브리드 소재 제조 3D 프린팅 기술 개발=ATF기술개발부 김현길 박사팀은 `금속-SiC 하이브리드 소재 제조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고 고부가가치 복합소재를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금속과 SiC(탄화규소) 소재를 하이브리드화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물성이 전혀 다른 금속과 SiC를 3D 레이저 프린터를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결합시킴으로써 새로운 융합 소재를 탄생시켰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금속-SiC 하이브리드 소재`는 기존 금속의 내구성에 SiC가 갖는 고열 안정성, 경도, 부식 및 마멸 저항성이 더해져 미래형 만능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핵연료 피복관의 금속 소재인 지르코늄 합금의 내구성 보완 및 폭발위험 방지에 탁월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당 기술을 통해 생산될 하이브리드 복합소재는 에너지·환경, 우주 산업 등에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떼어 붙이는` 기능성 복합산화물 박막 개발=신소재융합기술연구부 이준혁 박사는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떼어 붙이는` 기능성 복합산화물 박막을 제작해냈다. 연구진인 개발한 떼어낼 수 있는 박막은 유연성이 뛰어나 스마트폰 또는 모니터에 사용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피부, 눈, 의류 등에 부착이 가능한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제작에도 응용될 수 있다. 또 박막은 종류별로 다른 특성이 있는데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서로 붙이면 새로운 소재를 탄생시킬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소재는 결합된 두 복합산화물의 특성을 모두 갖기 때문에 효과가 극대화된다. 대표적인 예로 연구진은 납 마그네슘 니오베이트-납 티탄산염(PMN-PT) 박막과 코발트산화철CFO 박막을 결합해 외부자기장 유도 시 기존보다 수십 배 향상된 전압을 나타내는 소재를 개발했다. 이러한 전자기적 특성을 가진 프리스탠딩 박막의 결합공정을 발전시킨다면 센서, 컴퓨팅 소자, 전지 등의 기능을 모두 가진 새로운 플렉시블 전자기기를 만들 수 있다.

◇플렉시블 압전소자=센서시스템연구실 이경자 박사는 흔히 `h-BN`이라 부르는 `이차원 육방정계 질화붕소`의 연구를 통해 `플렉시블 압전소자`를 제작했다. 플렉시블 압전소자는 미세한 힘만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플렉시블, 웨어러블 전자기기를 언제 어디서나 충전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차세대 에너지 소자로 각광받고 있다. 또 사람 몸에서 발생하는 생체 역학적 힘. 심장박동, 혈액흐름, 근육 수축과 이완을 스마트 센서의 영구 에너지원으로도 사용 가능할 것으로도 예측된다. 조남형 기자·황의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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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ERI 연구진은 중성자 산란 기술로 일반 금속과 다르게 극저온에서 충격에 더 강한 `엔트로피 합금`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사진은 시험 중인 엔트로피 합금.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제공
KAERI 연구진은 중성자 산란 기술로 일반 금속과 다르게 극저온에서 충격에 더 강한 `엔트로피 합금`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사진은 시험 중인 엔트로피 합금.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제공
김현길 박사팀이 개발한 `금속-SiC 하이브리드 복합소재 제조 3D 프린팅 기술` 실험 시연`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제공
김현길 박사팀이 개발한 `금속-SiC 하이브리드 복합소재 제조 3D 프린팅 기술` 실험 시연`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제공
이차원 질화붕소 나노플레이크와 폴리머를 복합화하여 만든 플렉시블 압전소자.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제공
이차원 질화붕소 나노플레이크와 폴리머를 복합화하여 만든 플렉시블 압전소자.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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