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응접실] 문종태 연구소기업협회 회장

문종태(58) 연구소기업협회 회장이 연구소기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빈운용 기자
문종태(58) 연구소기업협회 회장이 연구소기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빈운용 기자
"공공 R&D에 생명력(비즈니스)을 불어넣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힘, 이게 바로 연구소기업의 본질입니다."

문종태(58) 연구소기업협회 회장은 연구소기업을 한마디로 이같이 표현했다. 연구소기업협회는 오는 9월이면 1000호 연구소기업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06년 연구소기업 제도가 시작된 지 14년 만의 일이다. 연구소 기업은 올해 2월 말 기준 전국 5개 지회(대덕, 광주, 전북, 대구, 부산)에서 총 910여 개가 운영 중이다. 그간 새로운 기술을 요구하는 시장의 수요와 거금을 들여 개발한 공공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시너지 효과를 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 회장은 "연구소기업은 잠재력이 높은 공공기술을 사업화해 기술연구와 경제 모두를 촉진 시킨다"며 "연구소기업이 1000개에 달할 정도로 늘어난 만큼 내실도 함께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구소기업은 국책기관, 대학교, 공공기관에서 연구한 공공기술을 사업화하는 기업이다. 민간 기업들이 사업 도중 필요에 의해 사내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설립여건도 까다롭다. 본사는 반드시 연구개발특구(대덕, 광주, 전북, 대구, 부산) 내 설립해야 한다. 설립주체는 공공연구기관, 산학협력기술 지주회사, 신기술창업 전문회사, 첨단기술 지주회사 등 이며, 설립주체가 연구소기업의 자본금 규모에 따라 10-20% 이상을 보유하게 된다.

연구소기업 설립유형은 총 3가지다. 연구기관과 기존기업이 기술과 현금 등을 공동출자하여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형태의 합작투자형, 연구기관이 기존기업에 기술 등을 현물출자하여 기존기업을 연구소기업으로 전환하는 기존기업전환형, 연구기관과 신규창업자가 기술과 현금 등을 공동 출자하여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신규창업형이다.

문 회장은 "연구소 기업 설립유형이 모두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공공기술을 모태로 설립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며 "일반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연구소기업의 대표 성공사례로는 콜마BNH㈜와 ㈜수젠택이 있다. 이들 기업은 최근 코로나19 대응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콜마BNH㈜는 국내 제1호 연구소기업이자 2015년 연구소기업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이뤄낸 연구소 기업이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면역, 항암효과 제품등 건강기능식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었다. 자본금 10억 원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일군 성과다. 고용인원은 10명에서 150명으로 늘었고, 매출은 2000억 원을 넘는다. 콜마는 사업이 성공하며 100억 원대 인센티브를 받은 대박 연구원이 탄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수젠택은 제28호 연구소기업으로 최초로 코넥스 상장사가 됐다. 수젠텍이 개발한 디지털 임신테스트기는 국내 최초로 미국 FDA승인과 유럽연합CE인증을 받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수젠택은 진단키트로 콜마는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문 회장은 "연구소 기업은 새롭고 잠재력이 높은 공공기술을 사업화하기 때문에 시장차별화가 용이하다"면서 "차별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시장에 나와 경쟁하는 민간기업보다 기업생존력이 3배 정도 높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주식 상장 등으로 연구소기업의 성공을 가늠하기도 하지만 공공기술을 제품화해서 판매해 회사를 운영해 나가는 것만으로도 현 상황에서는 충분히 성공한 연구소기업이라고 생각 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연구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창업·운영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구소기업 창업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은 독자적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공기술을 제품화 하는 데까지 오랜 인내와 노력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공기술은 원리에 충실하고 난해해 민간 기업들이 가진 기술보다 제품화까지 과정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또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연구소기업 발굴, 성장지원 사업, 기술금융지원 등 지원이 있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전국 910개의 연구소기업 중 대전 대덕특구에 가장 많은 333개의 연구소기업이 소재하고 있다. 대덕특구를 품은 대전시의 역할과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 회장은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문 회장은 "2012년 연구소기업을 설립하고도 3년 동안 공공기술 제품화에 실패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인의 소개로 만난 소재산업제조전문가의 도움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연구소기업이 이와 같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제품화까지 버틸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에서 금전 및 인력 등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시행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소 기업은 공공기술 사업화 뿐 아니라 지역과 함께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끌 수 있는 존재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콜마BNH라는 성공신화가 탄생하자 공공 R&D를 활용한 사업화에 관심이 집중된 영향이 크다. 공공기술도 잘만 하면 대박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구소기업은 창업의 또 다른 루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회장은 "이미 대전에는 과학기술의 가치에 비즈니스라는 날개를 달아 이른바 `대박`을 이룰 수 있는 연구소기업 등이 많다"면서 "연구소기업간 소통 부족이나 기술협력 등이 안돼 사장되는 사례가 많다. 다양한 기술을 가진 연구소기업들이 클러스터를 이뤄 세금, 고용 등 각종 경제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올해 1000호 연구소기업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이는 단기간의 양적 팽창일 뿐 아직 내실을 다지는 단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협회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초기단계 연구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상근 부회장 등을 선출할 계획이다. 과기부와 대전시 등 행정부처와 연구소 기업 간 채널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남형 기자·황의재 수습기자

■ 문종태 회장은

문종태 연국소기업회장은 1996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원으로 대전에 내려왔다. 이후 SK하이닉스 연구팀을 거쳐 ETRI 연구팀장으로 다시 돌아와 패키지 전극소재 개발 팀장으로 연구에 몰두한다. 그 결과 7년여 연구 끝에 전극소재 국산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렇게 개발된 공공기술은 사업화되지 못하고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자식 같은 기술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마저 얻지 못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건 영 씁쓸한 일이었다. 또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아버지를 보며 `인생이란 무엇인가`, `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문 회장은 그동안 가족과 사회에게서 받았던 지원과 배려를 사업으로 베풀자는 결심을 하게 됐고 2012년 1월 연구소기업 `호전에이블(주)`을 설립한다. 현재 호전에이블(주)는 매출액 12억 원, 중국 해주에 공장도 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모든 일이 잘 풀린 것은 아니었다. 창업만 하면 금세 제품화 할 것 같았던 기대는 몇 개월 만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막상 고객을 찾아 그들의 요구사항을 듣다보니 실험실에서는 보지 못했던 생산성, 보관성, 색상 등 문제들이 가득했다. 연구소기업을 설립한지 3년이 지나서야 제품화에 성공했다.

문 회장은 "기술도 나이를 먹으면 가치가 떨어진다, 기술은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연구소기업은 혈세로 개발된 공공기술들이 사장되는 것을 막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현재 문 회장은 이러한 믿음 아래 지난해 1월부터 연구소기업협회 회장으로 선출돼 각종 컨설팅, 소통, 정책제안 등에 힘쓰며 국내 연구소기업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남형 기자·황의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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