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춘 한빛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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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은 부지불식간에 동물적 야성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그것은 생명의 육신으로 통렬히 표출하는 간절함이다. 그리고 목숨과 맞바꾸는 생의 최종 울림이다.

그러니 비명은 여지없이 날카롭고 예리하다. 비명은 소리보다는 차라리 울부짖음이다. 디자인의 성격이 참 그렇다. 일상에서 가끔 비명을 듣는다.

누군가 자신의 절실함을 화급히 전해오는 소리다. 비명 소리를 듣게 될 대상은 누구라도 상관없다.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표출하는 시각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일까. 시각이란 말 그대로 사람의 눈에서 작용하는 감각이다. 그렇다면 시각디자인은 시각을 통해 의미를 소통하는 것이 된다.

시각디자인이란 어떤 콘텐츠를 조형적 형상으로 변환한 뒤 대중에게 정확하게 전달되게끔 하는 지적행위다.

훌륭한 시각디자이너라면 폭 넓고 해박한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갖춰야 한다. 그러나 경험이 더해질수록 디자인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에 있지만은 않음을 알게 됐다.

디자이너의 역할은 디자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구현할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결과물이 시각적 표현물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디자인을 시각적이고, 물질적인 결과물 자체로 오인하곤 한다.

하지만 실제 디자인은 시각이미지가 아닌 구현기획이어야 하며, 이미지는 이 기획을 널리 이해시키기 위한 도구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디자이너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만한 심미적인 외형을 제시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디자인의 본질이 기획능력에 있음에도 오랫동안 시각화 기술이 강조된 이유, 앞으로 디자이너가 반드시 표현 능력을 훈련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정리된 형태와 질감에 따른 감성표현, 감각적인 배색 등은 디자이너의 고유한 영역이며, 다른 적군과 차별화돼 기대되는 역량임에 틀림없다.

시각디자이너에게 시각적인 표현 능력은 충분조건은 아니다. 전체적인 프로젝트에 맞는 창의적인 대상물을 기획할 수 없다면 `시각화 기술자`에 더 가까울 것이다.

표현 능력을 갖췄다 해도 통찰과 목표에 맞는 기획 능력이 부족하다면 디자인 본질에 다가가기 어렵다. 소비자가 진짜 원하는 것을 만들려면 그들에게 필요한 기능 이상으로 가치를 찾는 게 중요하다.

디자이너는 가치를 제시해야 한다. 모든 꽃은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꽃은 나름대로 세상에 존재 할 이유가 있다.

디자인도 그렇다. 꽃은 정절이다. 모든 희생과 열망이 극으로 피어난 결말이다. 아름다운 무엇을 꽃 같다고 한다.

고단한 삶의 여정을 딛고 일어선 이에게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시로 답한다.

의미 있는 결말은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우고` 라고 의미를 매긴다. 디자인도 그런 창작과정에서 태어나는 꽃이다.

간절함이다. 철 따라 꽃이 피고 지는 건 자연의 이치로 늘 그렇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식물의 삶은 오로지 꽃을 피우기 위해 지속되는 치열한 삶 그 자체다.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려는 절실함이 꽃을 피운다. 시각디자이너는 열정적이고 논리적이며 창의적이고 감각적이어야 한다.

사회의 도덕적 조건들을 이해하고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시각디자이너는 그런 것을 지키며 대중에게 보게 하는 것이다.

비명은 두세 번 반복할 시간적 여유나 경황이 없기 때문에 극도로 간명하게 허공을 찌를 듯 예리하다. 그리고 찰나의 긴장감은 더없이 팽배하다.

비명은 사력을 다하는 가운데 극도로 짧고 신속하며 선명하다. 디자인의 태도도 정말 그렇다.

이성춘 한빛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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