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표심 분석

28년 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제21대 총선에서 충청권의 표심은 집권 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쏠렸다. 중도 성향 유권자가 상당 수 포진해 있는 충청권은 전통적으로 견제와 균형을 택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정권에 대한 지지를 택한 분위기다. 게다가 여당은 캐스팅 보트로 불리는 충청권에서 총선 승리를 일궈낸 만큼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총선 개표가 진행된 16일 오전 0시 기준 충청권 28개 선거구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들의 국회 진출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세종시 선거구가 갑, 을로 분구되기 전인 20대 국회에서는 충청권 총 27개 의석 중 민주당이 15개, 미래통합당이 12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키며 개혁을 원하는 민심의 변화가 토대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7회 동시지방선거에서는 충청권 광역단체장을 모두 민주당이 석권하는 등 여당에 대한 신뢰 분위기가 더욱 강해졌다. 여기에 혁신도시 지정 등 지역 현안 해결에 대한 충청민의 염원이 표심으로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은 물론 중도 보수 정당 등 제3 세력이 사라지며 사실상 거대 양당 간 대결 구도가 확연했던 분위기도 그동안의 균형을 깨뜨린 한 요소로 꼽힌다. 다만 여당의 강세 속에서도 통합당이 충청권 의석을 일정 부분 방어했다는 점은 여전히 견제와 균형을 중시하는 충청권의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가져가는 상황에서도 통합당은 충청권 상당수 선거구에서 피말리는 접전을 펼치며 선전했다.

결과적으로 `정권 심판론(여당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이 맞붙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충청권의 승기를 가져갔다는 점은 2년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서 야당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중앙 정치권에서 충청권의 목소리를 키우고 지역 현안을 해결해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표심은 또다시 여당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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