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21대 총선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가운데 충청권 여야 전적이 집계됐다. 결과에 대한 한 줄 평을 곁들이면 여당 우세 속 보수 야당의 힘겨운 수성전이었던 것으로 요약된다. 이길 사람이 이기면서 역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선거 전의 보편적 예측이 빗나가지 않았다. 그동안 충청은 상대적으로 표심 변동성이 크지 않은 여야 경합성을 보여왔다. 현저한 휩쓸림이 없는 `스윙 스테이트` 성향 기조를 보이긴 했으나 이번 선거에선 보수 영토가 줄어든 게 확인된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던진 투표 총합에 녹아있는 디테일이다. 결과를 있게 한 원인의 탐구작업이 필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충청은 뉴페이스들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편에 속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배제, 지역구 이동 등이 이루어짐에 따라 격전지가 꽤 있었다. 그런 곳을 빼고나면 현역 의원 출마 지역이든 아니든 익숙한 인물들이 일전불사하는 패턴은 여전했다.

이런 현실에서 출발했으나 충청권 여야 승률은 4년 전 20대 총선에 비해 균형추가 기우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이는 외관상의 분석에 지나지 않는다. 28석 당선자가 결정된 만큼 그에 녹아있는 지역민들 발신 메시지를 정확하게 포착하는 게 필요하다. 이는 4개 시·도별 각 선거구에 따라 결과의 의외성이 나타난 곳이든, 반대로 될 만한 재목이 된 곳이든 거의 같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유권자들 선택에는 그에 상응한 책무감이 뒤따른 것은 당연하다. 아울러 모두의 역할과 기대치 면에서 현 20대 국회를 능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는 사실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충청 28석 조합에 담긴 지역민 집단지성은 예년 선거 결과와는 결이 변했다. 대체로 현역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쪽으로 무게추가 움직인 것은 맞다. 재선에겐 3선의 길을 터 주고 3선에겐 4선의 책무를 부여했으며, 그 윗길 중진에게도 `계속 근무`를 허락한 게 눈에 띈다. 이런 투표 행태는 충청의 정치리더십 하방 리스크를 방어하려는 집단정서와 맞닿아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총선이 변곡점이 돼 지역 위상 제고와 함께 존재감 일신으로 이어지는 `나비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지역민들 여망에 당선자들이 어떻게 부응할지가 관건이다. 첫째는 지역발전 및 핵심이익을 견인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고 그 이상의 정치적 성장과 도전을 지향할 일이다. 충청은 정권이 바뀌어도 매양 주변부 프레임을 깨지 못해온 측면이 있다. 보수정권 때나 진보정권 때나 제대로 힘 써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단순 연고 정도 있는 인사가 어쩌다 소속당의 지도부에 합류하면 그게 대단한 성취인양 자족하려 했다. 실제로 그 후광효과나 약발의 덕이 변변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둘째로 입법부내 공략 포인트에 대한 냉철한 식별이다. 이를테면 의회권력의 정점인 국회의장직 획득이 상정될 수 있다. 충청의 인적 자원들이 충분히 접근 가능할 수 있는 영역이며 이번 총선에서 재신임을 받은 당선자들 중 후보층도 얇지 않아 노려볼 만한 기회다. 충청의 현실적 경쟁력을 감안할 때 그런대로 먹힐 수 있는 선출직 권력의 최고치로 수용한다면 그렇다.

국회와 각 정당내 핵심 포스트에 안착하는 상황과는 별개로, 이번 총선 당선자들 제1 소임은 지역의 경제 자산 총량과 지평 확장을 위한 추동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일일이 꼽지 않아도 할일은 많고 갈길은 멀다. 혁신도시 지정 문제만 해도 공공기관 유치라는 내용물을 충실하게 채우지 않는다면 타 지역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워진다. 이런 현실을 직시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여야 연합 전선도 서슴지 않아야 한다. 이번에도 충청발 총선 나비효과가 미약해지면 언제 종속변수 신세를 면할지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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