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이장이 들여놓지 말아야 할 것을 들여놨다.` 영화 극락도살인사건은 이 한 문장의 의미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바깥세상과 철저히 차단된 섬 주민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는 장면에서 소름 돋았던 긴장감이 지금도 떠오른다. 섬은 헤어 나올 수 없는 지옥이었다. "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대전 유성 장대네거리 교차로를 취재하면서 여러 번 들었다. 순수하지 않은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혐의의 뉘앙스다. 장대교차로를 평면으로 들여놓든 고가 입체로 올리든 개인적으로는 관심 없다. 상습혼잡구역이 신설될 교차로로 더 막히든 차량흐름이 좋아지든 대수인가. 다만 시민 혈세로 월급받는 당신들의 행정을, 시민을 대신해, 견제·비판하는 게 소임일 뿐이다. 권력 감시와 취재에 성역은 없다.

시민들이 염원한 혁신도시를 들여놓을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됐다. 지난 3월 법적 기반인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법의 불비함을 개선한 것으로 혁신도시 실현까진 갈 길이 멀다. 균특법 시행령 개정, 혁신도시 지정 신청, 하반기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혁신도시 입지 결정과 공공기관 유치도 만만치 않다. 대전 혁신도시가 동·서 불균형 발전 해소, 지역인재 의무채용 등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시정 역량과 시민 의지를 새로이 할 때다. 코로나19가 만든 자욱한 안개가 서서히 걷히면 가려져 있던 것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다. 미증유 위기에서 고위직과 간부공무원 각각의 업무능력과 애티튜드 역시 인사권자에 의해 이미 평가됐다. 기분에 따라 업무 결재 여부가 다르고, 직원들 닦달해 나온 성과는 독차지하며, 공공연히 직원을 하대하고 망신 주거나, 지역에 대한 애정 없이 좋은 자리 찾는 데만 열중인 그들의 뒷담화가 안팎에서 나돈다. 임기후반기 인사·조직 개편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선출직 공직자에 내일은 없다. 껍데기는 가라./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시인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 일부다. 반봉건·반독재를 외친 불온한 4월이면 이 시가 생각난다.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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