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엄마
오늘의 엄마
△오늘의 엄마(강진아 지음)= 이 책은 주인공 `정아`가 겪는 상실의 시간을 기록한 소설이다. 3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애인을 잃은 정아는 여전히 그 기억에 몰두해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언니에게 엄마의 건강검진 결과가 이상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아직 그의 죽음조차 납득하지 못한 정아가 이십 대의 마지막 해에 받아든 역할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의 보호자다. 똑부러지고 야무진 언니 정미와 세상일에 늦되고 어색한 정아. 두 자매의 서울과 부산, 경주를 오가는 간병기가 시작된다. 이별만큼 필연인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잘해 내는 방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우리에게 이 책은 동행이 돼준다. 다만 앞서 가는 길잡이도, 뒤에서 받쳐 주는 안전요원도 아니다. 그저 매번 겪는 이별에 매 번 리셋되는, 그러면서도 온몸으로 그것을 겪어 내는 우리의 현실 친구다. 민음사·292쪽·1만 4000원

△하버드 중국사 진·한 최초의 중화제국(마크 에드워드 루이스 지음·김우영 옮김)= 21세기의 화두인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하버드대의 특별기획으로 티모시 브룩(UBC대 교수)이 책임 편집을 맡은 여섯 권짜리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 한국어판이 나왔다. 기원전 3세기, 진 제국의 통일 이래 20세기 초에 청조가 무너지기까지 면면히 이어진 중화제국의 역사를 추적하는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는 중국이라는 제국의 장구한 역사를 형성해왔고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수많은 요인을 새롭게 조명했다. 이 책은 향후 2000년 동안 이어질 고대 제국의 질서가 창조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진과 한 제국은 중국사의 `고전기`를 이루는데, 이는 그리스-로마가 서양에서 맡은 역할과 유사하다. 마크 에드워드 루이스(미 스탠포드대 교수)는 지리적으로 방대하기 이를 데 없고 문화적으로 다양하기 짝이 없는 제국을 다스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은 조정의 관리들과 당대 학자들이 직면했던 핵심과제가 무엇이었는지에 주목한다. 너머북스·520쪽·3만 원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오리여인 지음)= SNS상에서 15만 팔로워와 소통하고 있는 오리여인의 에세이다. 일상 곳곳에 놓인 작고 소중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따뜻한 통찰력을 가진 그녀의 SNS에는 "제 이야기예요!", "카톡 프로필로 사용해도 될까요?"라는 댓글들로 빼곡하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반응과 지지를 얻었던 게시물과 그동안 어디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저자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인생에서 느림과 빠름의 기준이 되는 건 무엇일까. 애초에 그런 기준이 있기는 한 걸까. 오리여인은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보폭으로 걷는 삶을 그저 가만가만 보여준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내가 나를 기다려주는 일일지도 모른다며 말하며.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을 때, 함께 걷는다는 것 자체가 버거울 때, 그 누구보다 나를 힘껏 안아주고 싶을 때, 이 책을 권한다. 수오서재·268쪽·1만 3800원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김홍모·윤태영·마영신·유승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지음)= 우리 사회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까지 수많은 갈등과 역경이 있었다. 민주주의는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부정과 억압에 맞서며 쟁취해낸 것이다. 이 책은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젊은 세대에게 그날의 뜨거움을 생생히 전달하기 위해 기획됐다. 네 작가는 각각 제주 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렸다. 김홍모는 제주 해녀들의 항일시위와 제주4·3을 연결해 그려내는 상상력을 발휘하며 해녀들의 목소리로 제주4·3을 다시 기억한다. 윤태호는 전쟁 체험 세대의 시선을 빌려 한국의 발전과 4·19혁명을 목격해온 이들의 소회를 솔직하게 풀어낸다. 마영신은 지금까지도 계속되는 5·18 민주화운동의 왜곡과 폄하를 지적하며, 40년 전 광주를 우리는 지금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6·10 민주항쟁 현장을 뛰어다녔던 유승하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87년 그날 다 함께 목놓아 외쳤던 함성을 고스란히 전한다. 창비·합900쪽·5만6 000원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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