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부터 중부권과 영남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및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 음압병실 확충사업에 참여할 희망기관 공모에 들어갔다.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은 권역 내 환자의 일시 격리 및 치료를 위한 전문 의료기관이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그동안 호남권에만 지정·운영돼 왔다.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은 지역사회 감염에 신속 대처할 수 있는데다 지역민의 심리적 안정감도 줄 수 있기에 권역별로 확충하는 것이 마땅하다. 대구·경북이 코로나19 확산이 한창일 때 치료시설 부족으로 환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곤란을 겪어야 했던 점을 돌이켜보면 필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2곳의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확충으로 감염병 대응역량이 어느 정도 강화되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충분치 않아 보인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추경에 반영된 감염병 직접 투입 예산은 1118억원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중부권과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2곳을 구축하고, 국가지정 음압병실 80개를 늘리는 것이 전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500~600명을 넘나들던 2월 말~3월 초순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처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권역 전문병원 확충과 더불어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듯싶다. 치료시설이 부족한 대구경북의 환자들의 수용.치료에 동원된 것도 전국에 산재한 지방공공의료원이었다. 미국의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19 확산사례도 따지고 보면 공공의료시스템의 부재에서 오는 부익부빈익빈이 낳은 참사라는 분석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겪으면서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경험했다. 이번 코로나19는 국가방역체계와 공공의료시스템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 깨우쳐주고 있다. 이번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2곳의 확충은 진전된 것이기는 하지만 대구와 경북처럼 대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총선이 끝나면 광역자치단체별 감염병 전문병원 확충 등을 비롯해 지역거점 공공병원 설립 논의 등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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