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귀연 건양대병원 간호부 외래파트장
이귀연 건양대병원 간호부 외래파트장
저는 집에 있는 걸 좋아합니다. 가끔 가는 여행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서 `아, 역시 집이 최고야`라며 느끼는 행복한 감정도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요즘은 저도 조금 답답함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 저는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늘 자연과 함께 있었으나 그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고, 적막함이 싫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은 도심 속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꼭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아파트 고층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니는 모습,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일명 `집순이` 인줄 알았습니다.

봄이 오고 각종 꽃들이 만개한 지금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사람들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해 우울감도 조금 느껴집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전에는 사람들도 만나고 적당히 자연을 즐기며 그 가운데 집에 있는 시간의 소중함을 더 즐겼던 것입니다.

지난 주말 너무 답답하여 저녁시간에 아이와 마스크를 쓰고 아파트 주위를 산책했습니다. 시원한 바람과 흩날리는 벚꽃 잎이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학교에 갈 수 없어 집에서 TV와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며 지루해하던 아이도 금새 얼굴색이 바뀌며 해맑아졌습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생활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회용품, 배달음식, 택배 등이 호황인 요즘 한번쯤 자연을 생각한다면 이런 편리함보다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 박자 쉬어서 천천히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주위에 자연이 늘 함께 있었습니다. 이런 환경을 내 아이에게도 누리게 해주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저조차도 편리함에 빠져 주위의 자연들을 돌보지 않는 것 같아 걱정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절실한 일상만큼 자연의 소중함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또 어린 시절의 자연이 주던 그 선물 같던 환경을 아껴서 내 아이도 자연을 밥처럼 먹고 쑥쑥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이귀연 건양대병원 간호부 외래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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