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응접실] 이진숙 충남대 총장

충남대 역사상 첫 여성 총장으로 취임한 이진숙 총장이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빈운용 기자
충남대 역사상 첫 여성 총장으로 취임한 이진숙 총장이 앞으로의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빈운용 기자
"충남대 설립 100년이라는 위대한 미래를 향해 새롭게 출발하겠습니다."

이진숙(60) 충남대 총장은 앞으로의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1989년 건축공학과 교수로 취임해 학자로서 30년을 넘게 달려온 그는, 얼마 전 제19대 충남대 총장에 임명됐다. 학자이자 대학 리더로서 2020년을 시작하게 된 이 총장을 만났다. 그는 총장 임용까지 성원을 보낸 대학 구성원, 지역 사회에 연신 감사를 표했다. `첫 여성 총장`이라는 수식어답게 낭랑한 목소리와 온화한 미소 속, 견실한 통찰력은 대학 리더로서 무게에 균형을 더했다. 대학설립 이후 임명된 19명의 총장 중 모교 출신 총장은 2번째다.

이 총장은 "선거 과정, 임용과 취임에 이르기까지 큰 관심과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충남대 구성원과 지역사회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여성임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충남대 68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시대 대학의 기능과 역할은 `교육`과 `연구`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공동체이자 지역혁신 플랫폼으로도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충남대는 지역거점국립대로 정부·지방자치단체 또한 지역균형발전의 `플랫폼`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장이 꼽은 충남대의 현안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올해 처음 도입 예정인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RIS, Regional Innovation System)사업`이다.

이 총장은 "충남대는 RIS사업을 위해 지난해부터 지역대학과 지자체, 산업계와 실무협의를 진행하며 만반의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역민들도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 충남대 세종캠퍼스, 충남 내포캠퍼스 등 캠퍼스 광역화를 위한 절차를 차분히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충남대 세종캠퍼스는 `국립학교 설치령 일부 개정령안`이 의결되며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임대형 캠퍼스에 입주한 뒤 독자적인 분양 캠퍼스에 `세종의학바이오융합캠퍼스`를 조성할 예정"이라며 "내포캠퍼스 역시 충남도, 홍성군과 MOA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내포캠퍼스 사업 추진의 당위성도 강조했다. 한국전쟁 중 교육시설이 없던 상황에서 문을 연 충남대는 충청인의 대학으로, 지역의 교육을 넘어 위상을 넓힐 서해안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충남대 1952년 충청도민들의 `일두일미(一斗一米)` 운동을 기반으로 문을 열었다. 이렇다 할 교육시설이 없던 상황에서 인근 초등학교와 충남도청 목조창고를 고쳐 강의실로 사용했다"며 "때문에 충남도청 내포신도시 이전에 따른 대전·충남지역 거점국립대 위상과 역할을 바로 하고 서해안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 내포캠퍼스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득, 그가 총장 선거 당시 내세운 공약이 궁금해졌다. 이 총장은 당시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드는 최고의 국립대학교`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거점국립대 1위, 국내 전체 10위권 대학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이 총장은 "공감, 품격, 미래를 대학의 핵심가치로 삼고 소통의 리더십으로 대학 구성원과 눈을 맞추는 따뜻한 동반자가 되겠다"며 "무엇보다 거점국립대로서 지역사회에서 해야 하는 역할, 교육과 연구, 대학운영 체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바꿔 질적 도약과 성숙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혁신도시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역사회에는 준비 없는 미래를 바라기 보다, 꾸준히 지역 경쟁력을 향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총장도 지역 인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에 힘쓸 계획이다.

그는 "역차별을 받았던 우리 지역이 국토균형발전에 이바지하고 다른 지역과 같은 출발선에서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며 "다만, 혁신도시법·균특법이 개정됐다고 지역 청년들이 당연히 취업하고, 혁신도시가 저절로 만들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충남대 재학생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과 역량 강화에 노력하겠다"고 피력했다.

또 "이미 공공기관 취업 준비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마련해뒀다.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안정화되는 데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학령인구 감소로 거론되는 대학에 존폐 위기가 드리운 가운데 충남대만의 경쟁력도 굳건히 할 계획이다. 시대 변혁에 있어 교육의 질 향상을 대학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하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총장은 "대학진학 대상자는 2023년 40만 명 이하로 떨어지며 50만 명인 대학입학 정원에 비해 10만 명 가까이 차이가 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대학의 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라며 "오늘날의 거점국립대는 시대 변혁을 이끄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핵심이 돼야 한다. 지역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CNU Honor Scholarship`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것이 올해 거점국립대학교인 충남대에 주어진 과제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에 철저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30차례에 걸친 회의, 교육의 질을 담보할 비대면수업 방안 등 코로나 19가 종식될 때까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 내실을 기할 계획이다.

그는 "대학에 주어진 과제는 코로나19라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위기 상황 속에서 학생과 구성원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면서 학사 일정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모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수업권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강의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제19대 총장으로 대학 구성원, 지역민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받고 있다. 올해 개교 68주년을 맞은 충남대는 곧 70주년을 넘어, 30년 뒤 개교 100주년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충남대 구성원에게 자랑스러운 대학, 국가와 지역에서 존경받는 대학을 만들겠다.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이제부터 질적으로 성장하는 충남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김대욱 기자

■ 이진숙 총장은

이진숙 제19대 충남대 총장은 대전 토박이다. 동구 가양동에서 초·중·고를 졸업했다.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다. 초등학생 4학년일 당시, 대전일보 사생대회에 나가 입선을 한 적도 있다. 이 총장은 일생에서 첫 대외 수상을 한 사생대회로 기억하고 있다. 글과 그림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어 종합예술인 `건축`으로 진로를 택했다. 그때가 중학생이었다. 1978년 충남대 건축공학교육과에 입학, 건축공학 교수로 취임하기까지 단 한번도 꿈을 접어본 적이 없었다.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 후에는 보다 심층적인 학문을 연구하고 싶어 일본으로 유학길을 택했다. 도쿄 공업대(Tokyo Institude of Technology)에서 건축환경계획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9년 모교로 돌아와 강단에 섰고 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대학에서는 교수협의회 기획재정분과위원회 위원장, 대외협력추진위원회 위원, 여교수협의회장, 공과대학장과 산업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이 총장은 대외적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했다.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을 시작으로,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지식경제부 경제자유구역위원회, 과학기술부 미래국가유망기술위원회,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추진위원회, 환경부 빛공해방지위원회 등 정부 사업에 조언을 더했다.

학자이자 연구자로도 이름을 알렸다. 대표적인 학회활동으로는 색채학회가 꼽힌다. 2010년부터 2017년까지 12대, 15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세계색채총회(International color association(AIC)`를 한국에 유치했다. 그가 12대 회장 당시 총회를 유치했고, 15대 회장에 총회를 개최하기까지 처음과 끝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공익적 목적을 위한 재능기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건설기술심의, 건축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등 위원 역임은 물론, 대전지역을 위해 공공시설물 디자인을 개발하고 정책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대전시 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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