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알고 준비하는 2021학년도 '영재고'

[그래픽 = 김하영 기자]
[그래픽 = 김하영 기자]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지만, 여전히 걱정은 많다. 코로나19로 1개월 이상 개학이 연기됐고, 등교개학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고입 스타트인 영재고 입시도 늦어진 개학, 온라인 개학이라는 큰 변수를 안은 채 출발했다.

2020학년도 영재고 8교의 정원 내외 전체 모집은 862명이었고, 지원 건수는 1만 2500건으로 14.5대 1의 지원율을 보였다. 868명 모집에 1만 1792건이 지원, 13.5 대 1의 경쟁률을 보인 2019학년도에 견줘 모집인원은 6명 줄었지만 지원 건수가 708건 늘었다. 중3 학생 수가 1만 9000여 명 감소했지만 영재고 지원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이공계 선호`와 함께 `자사고 재지정평가` 등 자사고 존립에 대한 불안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진학사의 도움으로 전년도 영재고 지원 변화와 현 상황을 토대로 올해 지원 전략을 살펴본다.

모집인원 감소는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에서 정원 외 모집의 지역우수자 10명을 2020학년도부터 2명으로 줄이고, 외국인전형으로 2명을 신규 모집하면서 나타났다. 다른 영재학교 모집인원 변화는 없었다. 지원 건수가 증가한 순으로 보면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770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과학고가 346건, 서울과학고가 214건 증가로 많았다. 반면, 경기과학고는 1134건 지원 감소로 지원율이 크게 하락했다.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2단계 영재성검사에서 2020학년도에 인문·예술 소양평가가 제외되면서 수학·과학 역량 우수자들의 지원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과학고의 지원이 증가한 이유는 제출서류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판단된다. 2019학년도 제출서류 중 추천서를 1건만 받은 영재고는 경기과학고와 대구과학고 2곳이었는데 경기과학고가 2020학년도부터 다른 영재고처럼 담임 등 지도교사와 수학·과학 교사로 나눠 2건을 받으면서, 대구과학고만 추천서 1건이 됐다. 추천서에 대한 부담이 덜한 대구과학고에 지원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과학고 지원 증가는 경기과학고 지원 감소와 연관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서울과학고는 2019학년도와 비교해 2020학년도 전형방법 변화가 없었는데, 경기과학고는 전형방법을 변경했다. 경기과학고는 2019학년도에 1단계에서 서류평가와 영재성 검사를 같이했던 것을, 2020학년도부터 분리해 1단계에서 서류평가만으로 800명 내외를 선발한 후 2단계 영재성 검사를 치뤘다. 2019학년도에는 서류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한 수험생들이 영재성 검사를 통해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원이 많았는데, 2020학년도에는 서류만 따로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지원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단계 서류평가 선발인원 측면에서 서울과학고는 인원 제한 없이 `영재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자`였지만, 경기과학고는 `800명 내외`로 한정 지으면서 서류에 불안한 수험생들이 지원을 고심했을 것이다. 이 영향으로 인원 제한을 두지 않은 서울과학고로 지원이 더 몰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올해 중3 학생은 지난해보다 3만 2000여 명 더 감소한다. 전년대비 중3 학생 수가 7.3% 감소한 것으로 영재고 전체 지원율도 하락할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9일 이후 단계적 온라인 개학 등 이전과는 매우 다른 환경에서 고입이 진행된다. 일정도 오는 27일부터 경기과학고, 대전과학고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영재고들의 접수가 5월 초까지 이어진다. 온라인 개학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보니 추천서 등 서류 준비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오는 6월 14일로 다시 연기된 영재성 검사까지 앞으로 2개월 여가 남았는데, 주도적 학습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학·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해당 과목의 심화 학습을 유지하기 수월해졌다. 정상적으로 3월에 개학했다면 여러 과목에 학업 시간이 분산됐을텐데 이미 지난달 1개월 간 수학, 과학 과목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면서 학업량이 늘었을 것이다. 이 영향으로 영재고를 준비하는 수험생 간에도 학업력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예년보다 지원 가능한 영재학교 선을 분명히 하려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복 지원 감소로 이어져 전반적으로 영재고 지원율 하락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올해 영재고 지원은 잘 준비됐다고 생각하는 수험생과 그렇지 못하다고 위축돼 있는 수험생 간 지원이 양분화 될 가능성이 크다. 자만도 금물이고, 지원율이 낮은 곳이 경쟁력 있다는 등 섣부른 전략으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며 "2단계 영재성 검사, 과학캠프 기출문제 등을 통해 적합성을 따져봐야 하며, 과감한 소신지원보다는 적정선에서 응시를 결정하는 것이 영재고 합격 전략일 수 있다" 고 조언했다.김대욱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