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그래픽=연합뉴스]
재택근무 [그래픽=연합뉴스]
공직사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실시된 공무원 재택근무에 대해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재택근무에 투입될 인원을 정했지만 이를 강제하는 조항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9일 대전시와 지역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유연근무 이행지침`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관은 재택근무(원격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이에 지난달 셋째 주부터 시는 전체 공무원의 20%, 자치구는 부서별 1-2명씩 재택근무에 투입했다.

문제는 재택근무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공무원들이 자택에서 근무하지 않는 등 제도 실효성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의 유연근무 지침이 `권고` 형태로 내려온데다 이를 강제할 조항도 없기 때문. 공무원들은 강제성 없는 재택근무제도를 기피하고 있다.

최근 공무원들은 코로나19 업무에 산불 감시·국회의원 선거 관련 업무가 겹치며 처리해야 할 일이 급격히 많아졌다. 부서별로 각각 1-2명씩 차출되며 본업 외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이며 자택에서 근무할 엄두를 내지 못 하는 상황.

또 공무원 저마다의 컴퓨터 사양 등 재택근무 환경이 달라 업무 처리 프로그램인 `새울행정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복지 관련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행복e음` 시스템과 업무상 필요한 메신저 등이 사용 불가능 하다는 점도 재택근무가 외면받는 이유다.

지역 한 자치구의 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재택근무는 정부의 `보여주기 식` 조치일 뿐이다. 인원이 적고 격무에 시달리는 지자체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라며 "정부 지침이라 따르긴 하지만, 공무원 내부에서도 자택근무에 대한 실효성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니, 일부 공무원들은 재택근무를 지시받고도 이를 불이행하거나 노트북을 청사 사무실로 가져와서 근무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치구 공무원은 "재택근무를 하라는 안내가 두 차례 왔는데 이행하지 않았다. 자택에서 업무를 볼 수 있는 컴퓨터가 마땅치 않다"며 "동료 공무원들도 재택근무를 하면 업무 처리에 큰 차질이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시와 자치구 관계자는 행정 유지를 위해 부서 상황에 맞게 재택근무 일정과 인원을 조정토록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부서별 20%의 재택근무 비율을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 공무원들 업무가 과중하고 출장 등 일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라며 "재택근무를 준수하는 것보다도 행정력을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각 실과별로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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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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