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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훈 칼럼] 여론조사 뒤집어 보기

2020-04-09기사 편집 2020-04-08 18:09:03      곽상훈 기자 kshoon0663@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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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곽상훈 논설위원
"지금 바쁩니다." 그러면서 전화를 끊기 일쑤다. 선거철만 되면 이런 전화 누구나 한 번쯤 받아 봤음직하다. 여론조사 전화에 끝까지 성실하게 답변하는 사람은 극성 지지자가 아니면 보통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민심의 향배를 가늠해 보는데 여론조사만 한 것도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미증유의 사태 속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여론조사의 영향력과 중요성이 더욱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와 정당의 지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유일하게 여론조사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예전처럼 여론을 파악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예측과 결정의 힘까지 더 가지게 되면서 여론조사가 막강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 때가 되면 각 정당의 후보 공천 단계에서부터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일이 많아졌고, 대통령 선거에서조차 후보를 가르는 결정적 역할을 떠안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인데다 불편한 진실이 한 둘이 아니다. 선거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표심을 흔드는 여론조사가 되레 유권자에게 혼란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의 중요성이 높은데도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는 뭘까. 한 마디로 조사의 정확성이 떨어져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사대상과 조사시간, 질문 방식에 따라 지지율에 차이가 날 수 있고 조사기관에 따라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조합 비율이 다른 것도 엇갈리는 조사 결과를 낳을 수 있다.

4년 전 20대 총선에서는 여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을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결과는 야당이 다수당을 차지, 예측이 빗나갔다. 2012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월등히 앞섰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집권당인 한나라당의 완승이 예견됐지만 민주당에 참패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격전지를 중심으로 후보 간 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론조사가 우세하더라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객관성과 신뢰성을 잃은 여론조사의 심각성은 중앙선거여론심의위원회(여심위) 심의 결과에서도 잘 보여준다. 최근 3년간 여심위 심의조치를 받은 건수가 150건이 넘어선 점이 이를 반증한다. 더 큰 문제는 조사를 의뢰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권과 조사기관, 언론 간 유착을 통한 왜곡, 악용돼온 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믿을 수 없는 게 여론조사란 말까지 나왔을까. 어떤 통계학자는 '2+2는 얼마냐'라는 질문을 받고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한다는 말이 '2+2가 얼마나 되기를 원하냐'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만큼 여론(통계)의 조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론조사의 생명은 조사에 대한 신뢰에 달려있다. 미국의 여론조사연구협회(AAPOR)는 조사의 왜곡을 막기 위해 표본의 크기, 설문지 문안, 표본오차와 표본 추출 수집 방법 등 8개 항목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프랑스는 여론조사의 질을 평가하고 감독할 수 있는 기구를 둬 저질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우리도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여론조사는 유권자 투표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 그러하기에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과학적 여론조사가 중요하다. 오늘부터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됨에 따라 가짜들이 극성을 부릴 게 뻔하다. 여론조사는 맹신도, 무작정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여론조사 과정과 결과에 숨어 있는 그림(정보)을 찾아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여론조사의 오류를 차단하기 위해선 유권자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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