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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동물용 구충제를 사람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까?

2020-04-09기사 편집 2020-04-09 07: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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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현재 대유행을 겪고 있는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211개 국가에서 발생해 확진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보건기구(WHO)가 지난달 11일 최고경계 단계인 '팬더믹(pandemic)'을 선언한 이후 많은 제약사들과 과학자들은 치료제와 백신개발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코로나 19의 극복이 세계적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관심 속에 필자의 눈에 들어 온 논문 하나가 있었다. 지난 3일 호주의 한 대학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는 동물용 구충제인 '이버맥틴(Ivermectin)'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미 FDA 승인을 취득한 약물로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내로 침투하는 것을 막아 바이러스 생존을 약화시킨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효과에 대한 검증결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버맥틴은 동물에서 내·외부기생충이나 심장사상충을 치료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매달 먹이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몇 번은 접했을만한 약물이다. 이러한 이버맥틴은 에이즈, 뎅기열, 인플루엔자, 지카 바이러스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이미 발표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세계적으로 대유행인 코로나19의 억제에 효과가 있는 실험이라서 더 주목 받게 되었다. FDA 허가 상황에 따르면 이버멕틴은 머릿니, 옴, 편충증, 회충증 등의 치료제로 사용된다.

동물용 구충제에 대한 관심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인 폐암 말기환자가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먹고 완치됐다는 유튜브 동영상이 국내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동물용 구충제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폭증하였다. 약효와 안전성이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무작정 복용을 시도하는 이들이 많았다. "가만히 있어도 죽을 텐데, 뭐가 문제냐?"며 펜벤다졸을 구하기 급급했고, 동물실험에서 이 성분이 항암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뒤늦게 발표되면서 관련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동물구충제 품귀현상으로 화학구조가 비슷한 사람용 구충제(알벤다졸·메벤다졸)를 찾거나 해외직구를 시도하는 헤프닝도 벌어졌다.

그럼 정말 '동물용 구충제가 사람의 치료에 효과적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본다. 필자가 수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제시한다면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구충제나 항암제는 그 작용대상이 공통적으로 '진핵세포'이다. 따라서 구충제가 지닌 여러 가지 반응이 세포내에서 일어나 항암효과나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아직은 실험실 단계에서 확인한 결과로 그 치료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일부 항암제의 역할로 알려진 암세포의 당섭취 방해로 암세포를 마비 또는 사멸시키는 효과가 동물용 구충제에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약물의 유효성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버맥틴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세포내로 운반하는 운반체(IMPα/β1)와 결함하여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포내로 침투하지 못하여 생존력을 잃게 한다는 결과는 수긍할 만하다.

그렇지만 연구결과의 의미는 매우 제한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시험관내 실험과 생체내 환경에서의 작용은 매우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동물과 사람은 약물 투여 후 반응이 다르다. 동물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어도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 치료효과가 동일하지 않을 수 있으며, 동물실험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치명적인 부작용이 인체 임상시험에서 확인되기도 한다. 참고로 동물실험 이후인 임상 1상부터 신약허가 성공률은 9.6%에 불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이버멕틴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일반적으로 구충제의 경우 흡수율이 낮기에 치료제로 개발되려면 임상시험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많은 약물이 치료용으로 개발되면서 '정작용'과 '부작용'이 발견되었다. 이는 한 가지 약물이 여러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아스피린'의 경우 처음에는 해열진통제로 사용되어 왔으나, 용량에 따라 혈전방지와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따라서 동물용 구충제에 대한 인체적용 임상시험이 조속히 수행되어 약물의 오남용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건당국은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 19 발생을 계기로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국가의 정책이나 방침을 신뢰하고 따르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형성되기를 기대한다.

김민규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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