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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넘어 운명과 맞서 싸우는 조선 여자들

2020-04-08기사 편집 2020-04-08 14: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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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금이 지음/창비/ 400쪽/ 1만 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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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조선을 떠나온 자신들은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파도를 넘어서며 살아갈 것이다. 파도가 일으키는 물보라마다 무지개가 섰다."-본문 중

여성은 혼자 장에 가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절. 일제강점기 시대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로 간 여성들의 씁쓸한 삶과 연대를 그린 소설이 출간됐다. 이금이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다.

소설 속에는 1917년 일제 강점기 시대 경상도 김해의 작은 마을에서 살던 18살 '버들'은 아버지는 일제에 대항해 의병 생활을 하다가 목숨을 잃고 어머니 혼자 버들과 남동생들을 키워 냈다. 양반의 신분임에도 버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자 형제들과 달리 학교에 가지도 공부를 하지도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결혼을 권하는 중매쟁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사진결혼이란 일제 강점기 시대 조선 여성이 하와이 재외동포와 사진만 교환하고 혼인했던 풍습이다. 버들은 그렇게 더 나은 삶을 위해 고향친구 '홍주', '송화'와 함께 '사진 신부'가 돼 미국으로 떠난다.

세 여자는 미국에 도착해 신랑을 찾는 순간 조선에서 받아본 사진이 대부분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자유연애 같은 결혼을 꿈꾸는 홍주는 사진보다 실물이 스무 살은 더 늙어 보이는 남편을 만나고, 천대받던 무당 외할머니의 손녀라는 처지에서 벗어나 새 삶을 꿈꾸었던 송화 역시 게으르고 술주정이 심한 남편을 맞이한다. 이들과 달리 버들은 사진 속 모습과 똑같은 스물여섯 살 태완을 만나 남편을 사랑하게 된다. 이기적이어보여도 '버들'은 누구보다 정이 많은 사람이다. 부푼 꿈을 품고 온 타지에서 각자 다른 운명을 마주한 세 사람은 다투고, 화해하고, 연대하면서 서로를 이해해 나간다.

저자 이금이는 이 소설이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는 "한인 미주 이민 100년사를 다룬 책을 보던 중 앳돼 보이는 얼굴에 흰 무명 치마저고리를 입은 세 명의 여성을 찍은 사진을 마주했다. 그 속에는 이미 와 있는 오래된 미래처럼 낯설면서도 익숙한, 가슴을 뜨겁게 데우는 여성의 숨죽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며 "승리자 중심으로, 남성의 시각으로 쓰인 주류 역사에서 비켜나 있던 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뜻깊은 발견이었다. 교과서에도 공들여 소개되지 않은 역사의 한 페이지였다"고 말한다.

존중하고 보듬어 줌으로써 서로에게 친구이자 엄마가 되어 주는 세 여성 버들, 홍주, 송화는 시대를 앞서간 새로운 가족 형태, 여성 공동체의 면모를 뭉클하게 펼쳐 보인다. 그들의 연대기는 미처 알지 못했던 과거를 거울삼아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2020년 현재를 비춰보는 일과도 닮아있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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