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대 목원대 총장
권혁대 목원대 총장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지난달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총리 명의 담화문을 통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대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공중보건학에서 강조하는 감염 관리 방법 중 하나로, 감염에 걸린 사람과 감염되지 않은 사람 사이의 접촉가능성을 최소화하여 질병의 전파를 늦추고 궁극적으로 사망률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의 예방 조치이다. 즉, 개인 또는 집단 간 상호 접촉을 최소화하여 감염병 전파를 감소시키는 감염병 통제 전략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국내 확진자 수가 이미 1만 명을 넘어섰으며, 전 세계 확진자 수 또한 95만 명을 돌파하는 등 그 확산세가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으며, 외출과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및 모임 참가를 삼가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 예방을 위해 사람들 간에 적정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조치이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 사용에는 다소 의문이 든다. 이는 자칫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단절이나 사회적 고립을 의미하는 것으로 비춰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리아 반 케르크호베 신종질병팀장은 "바이러스 전파 예방을 위해 사람들로부터 물리적 거리는 두는 것은 필수적"이라면서 "하지만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 혹은 가족과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용어가 사람들끼리 사회관계적 단절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오해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연결돼 있지만 신체적, 물리적으로만 거리를 두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로 `물리적 거리두기(physical distancing)`로 표현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 간의 모임 또는 만남이 줄고 이 때문에 생긴 우울감을 의미하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공포, 통제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뒤바뀐 일상 등은 개인들의 우울증을 야기하게 된다.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극심한 매출 감소를 겪는 등 경제·사회적인 피해도 매우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런 때일 수록 사람들 간의 정서적인 소통과 배려, 관심은 더욱 중요해진다.

비록 서로 만나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만큼은 못하지만, 요즘은 정보통신기술이 매우 발전하여 물리적으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유무선 인터넷, SNS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타인과의 공동체 관계와 소통에 기반한 사회적 존재이므로 신체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정신건강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사람들 사이에 정서적인 거리를 좁히고 사회적 차원의 연대는 강화하되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거리는 일정한 만큼 확보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과의 물리적 거리두기를 엄격히 실천하되 사회적으로는 소통과 나눔, 배려가 함께 하는 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 타인에 대한 비난이나 비방보다 응원과 위로로 아픔을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 모이면 코로나19 사태 또한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의미가 모호한 말보다는 `신체·물리적 거리는 멀리, 마음의 거리는 가깝게 두기`는 어떨까. 코로나19로 모든 이들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타인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둘지언정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거리까지는 두지 말자는 것이다.

권혁대 목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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