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카이스트교 [사진=대전일보DB]
대전 카이스트교 [사진=대전일보DB]
대전시가 카이스트교와 맞닿아 있는 갑천네거리를 입체화(지하차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대덕연구개발특구 그리고 둔산 도심을 다리로 이어 교통량을 분산하겠다던 시는 명분과 실리에 맞지 않는 `평면교차로`를 고집해 만들어 놓았다가 3년여 만에 정반대로 교통혼잡 가중, 시민 불편을 자인하는 `뒷북 행정`을 선보이게 됐다.

그럼에도 시는 예산 부족, 단계별 건설 운운하며 해명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고 시민 알권리를 위한 정보 제공 요청에는 시간끌기로 일관했다. 150만 시민의 이동 편익과 산업의 물류를 고려한 긴 안목의 교통행정은 온데간데없고 폐쇄적이고 근시안적인 졸속행정 때문에 시민들은 또 다시 대규모 토목공사를 지켜봐야 할 처지다.

지난 3월 시는 `주요 교차로 효율 향상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전액 시비인 용역비용은 1억 3000만 원으로 결과는 올 연말 나온다. 이 용역에 갑천네거리 지하화 과제가 포함됐다. 시는 앞서 2017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년여에 걸쳐 `간선도로망 정비 타당성조사`를 벌여 입체교차로 추진의 우선순위를 살펴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조사의 결과를 보면 갑천네거리의 교통량은 시간당 1만 482대의 차량이 지나고 서비스수준은 `F`다. 국토교통부의 도로용량편람상 서비스수준이란 통행속도, 통행시간, 통행 자유도, 안락감, 교통안전 등 도로 운행 상태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가장 좋은 A부터 가장 나쁜 F 수준까지 6등급으로 나뉜다. F 수준은 `도착 교통량이 그 지점 또는 구간 용량을 넘어선 것이며 차량은 자주 멈추고 도로 기능은 거의 상실된 상태`라는 해설도 곁들여져 있다.

분석기간에 도착한 차량들이 교차로에 진입하면서부터 교차로를 벗어나 제 속도를 낼 때까지 걸린 추가적인 시간 손실의 평균값 즉 `평균제어지체`는 128.2초에 달했다. 서비스수준 F는 평균지체가 100-220초 정도로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과도한 지체 상태`로도 표현된다. 대전에서 대표적인 혼잡지역으로 꼽히는 서대전네거리, 안골네거리의 평균제어지체가 각각 67.4초, 68.4초라는 점을 감안하면 2배에 근접하는 것이다.

실제로 2016년 12월 카이스트교 개통 직후부터 갑천네거리 일원은 과거 삼거리 때보다 차량 정체가 더 심해졌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월평동 갑천대교네거리에서 대덕구 방향 천변도시고속화도로로 쭉 내달리는 5㎞ 남짓 구간 중간에 지하차도가 아니라 신호를 받아 지나야 하는 평면교차로가 막아서는 꼴이어서 예견된 교통 체증이었다. 또 출퇴근시간대 서구 만년동과 카이스트 일원을 오가는 차량들이 몰려 갑천네거리 4개차로 모두에서 혼잡이 빚어져왔다.

시는 2016년 12월 15일 시비 298억 원을 투입한 카이스트교 준공식에서 "카이스트교 개통으로 대덕특구와 둔산 도심 간 우회거리 감소, 교통량 분산 등 시너지 효과로 주변도로 교통체증이 많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 둔산지역에서 대덕특구 간 통행시간은 평균 3분, 출퇴근 혼잡시간에는 최대 10분가량 각각 단축될 것"이라고 했지만 기대와 전면배치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다.

올해 시의 연구용역에서 갑천네거리 지하화로 결론이 도출된다고 해도 문제다. 대덕대교 문예지하차도 형태로 천변도시고속화도로를 오가는 양방향을 지하로 뚫는데 들어가는 사업비가 273억 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국비로 확보하지 못하면 전액 시민 혈세가 투입돼야 한다. 실시설계와 보상, 착공과 준공까지 통상 도로사업에 5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공사로 인한 막대한 `시민불편비용`은 덤으로 붙는다.

시 관계자는 "갑천네거리는 카이스트교 건설사업 타당성조사 당시 지하차도로 추진됐으나 예산 부족에 따라 단계별 건설로 계획이 바뀌었다"며 "교량 건설 후 그간 교통여건 변화를 감안해 입체화 사업의 적정 규모와 타당성을 평가하고자 용역을 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문승현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