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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현장의 부재

2020-04-03기사 편집 2020-04-03 07: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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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박상희 피아니스트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비상 상황의 최선의 예방책으로 비대면 수업을 시행 중이다. 교수자들은 강의실에서 학생들의 눈을 맞추고 반응을 살피며 수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달 중이다. 좋은 강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갖은 아이디어를 쏟고 있다. 평소 쓰지 않던 화상 회의 프로그램들도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같은 내용이라도 몸짓과 에너지를 함께 주고받을 때 의미 전달력이 크다. 교수자가 가상 공간에서 글자나 음성으로 강의를 진행할 때 학습자들은 이 부분에서 의미 전달이 부족하다고 느껴 배웠다는 확신을 얻기 어려워한다. 교수자가 최대의 노력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해도 가상 공간의 벽을 넘어선 대화는 어떤 신호일 뿐이다. 그 사이에서 의미를 찾아내어 해석해야하는 학생들의 피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강의실 풍경은 접해보지도 못한 신입생부터 학교에 이렇게 가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는 4학년 학생들까지 학년들마다 고충도 제각각이다. 평소에는 강의만 듣고 나갔을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근황도 전하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물리적 거리감을 해결하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 감지된다. 교수자가 학생을 살피기 어려운 환경이기에 학생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부분도 생긴다. 현장감 있는 수업을 위해 애쓰지만 확실히 보통 때보다 두, 세배의 에너지가 든다.

예전에 어느 사람이 물었었다. 집에서 실황 음반을 통해서 편히 들을 수 있는 공연을 왜 비싼 돈 주고 공연장에 가서 고생스럽게 들어야 하느냐고. 음반을 들으면 더욱 완벽한 연주를 들을 수 있는데 왜 많은 시간을 들여 직접 가서 들어야 하냐고. 공연예술에 대해 힘겨운 역설을 해야 했었는데, 왠지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모두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이러한 풍경이 펼쳐질 것은 예상했을 것이다. 가상 현실로 통하는 일들의 편리와 필요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해결해 줄 수 없는 이면을 바라본 것 같다. 너무나 당연하게 주어졌던 현실에서의 생동감과 활기 그리고 공간이 주는 에너지와 교감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었던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박상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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