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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2020-04-03기사 편집 2020-04-03 07: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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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춘래불사춘이 따로없다. 요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오랜 생활습관을 바꾸어 놓고 사고 방식마저 흔들어 놓았다. 사고의 혁신이라고 해야 할까. 생활의 진화라고 해야 할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주변의 작은 습관 하나 하나까지 변화시켰다.

너무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됐다. 한마디 하기보다는 침묵하는 것이 낫다. 지치고 갑갑하더라도 집안에서 나오지 말라고 권장한다. 봄이 봄 같지 않고, 꽃이 피어도 마음이 움츠러 든다.

통과의례를 지키는 것은 사치가 됐다. 맘 설레는 입학식도 없고, 눈물의 졸업식도 없다. 우편함에서 찾은 먼지 앉은 졸업장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꽉 낀 마스크에 숨 한번 크게 못 쉬는 직장인들의 어깨는 굽어만 간다.

입학을 했는데도 선생님 얼굴을 모르는 유치원생,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는 밥집, 결혼 25주년 해외여행을 취소한 중년 부부, 종업원 급여를 다 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큰 파도가 휩쓸고 지나가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문한 정부의 시간이 다 지나간다.

정부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의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에 운영 중단을 권고했다. 국민들은 정부의 주문대로 불요불급한 모임, 외식, 행사, 여행을 가급적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생필품 구매, 의료기관 방문, 출퇴근이 아니면 외출을 자제했다. 대다수 직장인은 퇴근하면 집으로, 아프면 집에 있기 등 직장 내 행동지침도 준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이후 두 달 동안 그럼 뭘 했다는 건지 되묻고 싶다. 뭐든지 때가 맞지 않으면 오해 받기 십상이다. 지역별로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왜 하필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시점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는지 의아하다. 공교롭게도 21대 국회의원 선거도 코앞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보자. 그 당시 모든 코로나19 환자의 시작은 중국에서부터 비롯됐다. 가정이지만 정부가 그때 중국발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면,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할까 궁금해 진다.

중국만 막았으면 될 일이 이토록 어지럽고 복잡하게 돼 버리지나 않았는지. 결국 큰 둑은 막지 않고, 물난리 난 마을만 단속하는 꼴이 된 건 같다.

그 다음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됐다. 회식 안하기에서부터 음식점에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표시하기, 드라이버 스루로 도서 대여, 극장식으로 앉아 밥먹기, 비대면 기자회견까지…. 이런 어색한 풍경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요즘 같은 산발적 클러스터 감염 발생단계에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되도록 집안에만 있으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야외로 몰려 나오고 있다.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경제적 활동을 하지 말라는 말과 진배 없다. 이런 상황이 오래가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돼 있다. 자영업자, 일용직 근로자는 물론이고 문화시설에서 부터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엄청난 나비효과가 올 수도 있다.

이제는 사회적, 경제적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최대한의 방역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지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확진자가 많이 나온 곳이나 아닌 곳이나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계속하되 지역별, 장소별, 상황별로 다른 처방이 필요할 때인 듯 하다. 은현탁 <충남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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