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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슈퍼스타

2020-04-03기사 편집 2020-04-03 07: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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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남호진 당진 순성초등학교 교사
수업이 끝나고, 5학년 학생들이 핸드폰을 켰다. "오, 여기 있어!" "선생님,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진짜 선생님이 만들었어!"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감탄사를 쏟아냈다. 한 노래 때문이다.

아이들과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려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난 뒤, 이 노래를 만드는 데 내가 참여했노라 고백했다. 아이들은 의심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수업이 끝나고 핸드폰을 통해 작곡가를 확인하고는, 아이들은 내게 몰려와 이것저것 물었다.

"녹음은 어떻게 했어요?" "악기는 뭐가 들어갔어요?" "가사는 어떻게 썼어요?"

잠깐이지만 나는 우리 반의 슈퍼스타가 됐다. 그리고 "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이들도 좋아하는구나"라고 느껴 뿌듯했다.

10년 동안 곡을 쓰며 20여 곡을 발표했는데 그중 2012년에 발표한 '생일축하해요'라는 노래는 특별하다. 교사들 사이에서 꾸준히 사랑 받았고 한 출판사에서 출판을 제안해 몇 년 뒤에는 그림책으로 출간됐다.

정식 음원으로 등록해 발표하고, 출판한 경험은 무척 중요하다. 나의 자존감을 잃지 않게 하고, 교육현장에서 유행을 따라가다 지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경험이나 생각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나만의 수업 노하우를 조금씩 쌓아 올리는 디딤돌이 된다.

특히 하루를 온전히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과목 간 통합과 연계성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나만의 경험을 갖고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수업은 정말 달랐다. 노래를 만들거나 책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연결 짓는 수업은, 자연스럽게 프로젝트 학습이 됐다. 아이들은 내가 자신 있게 안내하고 이끌어가는 수업이나 태도에 믿음을 가진다.

아이들은 교사를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정도는 내가 스스로를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느냐와 비례한다. 내가 나를 좋아하면 아이들도 딱 그 만큼 좋아한다. 반면 나 스스로가 싫어지거나 힘든 때를 아이들은 귀신같이 안다. 매일의 컨디션과 스트레스의 정도가 수업과 직결되는 초등학교 교실은 교사의 기분과 마음가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것에 따라 수업 수준도 결정되니 나 자신을 흔들 수 없는 '무언가'로 잘 유지해야 한다. 그 무언가는 모든 교사들이 갖고 있을 것이다. 모든 교사들은 강력한 '한 방' 이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업무와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개의치 말자고 얘하고 싶다. 또한 교육의 유행에 맞춰서 나를 바꿀 필요는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지 않아도 괜찮다. 그런 거 왜 하냐고 질투어린 시선을 받아도 괜찮다. 내가 갖고 있는 경험과 신념은 적어도 수업을 망치지 않게 해준다. 좋은 기분과 감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좋다.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더더욱 아니기 때문에 "뭘 그렇게 신경 써"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 것 아니어도 신경 쓸 것이 많은 요즘이다. 그리고 늦은 개학을 준비하는 요즘, 아이들 만날 준비를 차분히 하고 계시는 교사들 모두 즐거운 신학기가 됐으면 좋겠다. 교사들 모두가 오늘이 좀 더 행복하고 내일이 더 설레는 나다움을 찾아가기를 소망한다. 모든 교사는 '슈퍼스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니까. 남호진 당진 순성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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