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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논단]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화

2020-04-02기사 편집 2020-04-02 07: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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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오한진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는 태양주위에 보이는 빛의 환을 뜻하는 단어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으로 보이는 모양이 왕관이나 태양 가장 자리의 퍼져 나가는 붉은 빛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이름의 유래처럼 뜨거운 태양이 되어 지구촌 곳곳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중국과 대한민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엄청난 몸살을 앓을 때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던 유럽과 미국을 초유의 재앙상태로 몰아가고 있고, 그저 아시아 국가에서만 발생하는 풍토병 정도로 안일하고 오만하게 대처했던 나라들이 심각한 위협을 겪고 있다. 마치 태양이 지구를 비추듯이 시차를 두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지구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그야말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화의 주역이 됐다.

온화한 기후와 천혜의 자연 경관, 드넓은 땅, 풍부한 먹거리를 가진 나라, 한번 살아 보고 싶은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심지어 전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인 미국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습격으로 단숨에 패닉 상태에 빠지고, 밀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하기 어려워 속수무책인 의료진과 기본 의료 장비의 부족 때문에 사망률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타까운 모습이다.

초기 방역 대처는 미흡했다 하더라도 이후의 지역 감염에 발 빠르게 대응을 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인 의료진의 헌신과 노력에 더해 무엇보다 빛나는 시민의식을 발휘해 코로나의 위험을 조금씩 극복해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참으로 대단한 나라이다. 엄청난 속도의 코로나바이러스 세계화 속에서 표준 방역의 모범 사례로 대한민국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가 대구 경북지역을 강타하고 전국적인 감염 확산을 보인지 벌써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우리 국민들은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저마다 갑갑하고 답답한 마스크를 한 달 이상 쓰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눈총의 대상, 기피 대상이 되었다.

감염병 학자들은 제 아무리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해도 너와 내가 쓰고 있는 두 개의 마스크를 뚫고 비말 감염이 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사실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말을 하기도 불편하고 숨쉬기도 힘들고 심지어 마스크 줄에 귀가 아프다. 하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마스크 착용은 나를 위해 남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스크는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와 백신이 보급되기 전까지 전염력 차단의 가장 좋은 수단이자 무엇보다 값싼 도구임에 틀림없다. 서양에서 마스크는 질병에 걸린 사람이거나 또는 나쁜 일을 저지르려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태양빛을 즐기고 패션에 민감한 세련된 유럽인들이 맑고 화창한 날씨에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 장에 겨우 1유로나 1달러 밖에 하지 않는 마스크를 코로나 유행이 시작했을 때 미리미리 준비하고 착용했더라면 엄청난 확산과 사망률로 인한 공포와 불안, 희생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계절은 벌써 꽃이 활짝 핀 봄이다. 날씨가 따뜻해질수록 마스크 착용은 힘들어진다.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사회적 격리 또한 어렵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 나라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속도는 우리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하고 상기시킨다.

20세기 영국의 대표적 시인인 토마스 엘리어트는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여름에 시작해서 초겨울에 끝난 제1차 세계 대전이후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유럽사회를 풍자한 시로 알려져 있다. 2020년 봄은 찾아왔지만 전세계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죽은 땅에서 삶의 희망을 역설한 시처럼 전세계가 힘을 합쳐서 이번 4월을 바이러스와의 한판승에서 이겨내고 살아남는 희망의 달로 만들기를 기원한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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