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시공간 초월한 언어의 움직임

2020-04-01기사 편집 2020-04-01 13:37:08      강은선 기자 groove@daejonilbo.com

대전일보 > 라이프 > 맛있는책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함기석 지음/ 민음사/ 184쪽/ 1만 원

첨부사진1디자인하우스센텐스


기하학적 이미지와 초현실적 상상력으로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인 함기석(54)이 신간을 냈다.

시인 김혜순은 함기석의 시를 보며 '발명의 시'라고 표현했다. 그는 "함기석의 시는 운율이나 언어사용, 시 장르에 대한 자기 나름의 천착이 모두 남다르다. 한국 시사를 둘러봐도 이만한 발명은 드물다"고 평가했다. 함기석은 여전히 왕성한 생명력으로 자신의 시 세계를 확장해 가고 있다. 이전 시집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에서 추상적 기호로서 죽음의 풍경을 그려 냈던 그의 시력은 이번 시집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그동안 초현실과 현실, 과학과 수학을 종횡무진 오가며 탐구한 함기석의 '언어와 시' 설계도를 볼 수 있다.

일상적 언어가 상투적 의미를 실어 나르거나 추구하는 반면 시의 언어는 이를 성찰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시 역시 '의미'를 추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만약 '의미' 자체를 의심한다면? 의미는 잠깐 나타났다 다른 의미로 교체되는 순간적이고 유령 같은 것이 아닌가. 우리는 언어가 아니고서는 사물과 만날 수 없고 사물과 만난다는 것은 '의미'로 연결된다. 언어는 필연적으로 사물을 왜곡하기에 사물은 호명되는 동시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는 '공간'에 집중하며 현실 위에 초현실적 세계를 구축하는 가운데 언어는 끊임없이 운동하며 시공간을 지배한다. 시간과 언어를 따라 한순간에 생겨나고 사라지는 이 무한 공간 '디자인하우스 센텐스'는 센텐스(sentence·문장)로 지어진 집이다.

그의 언어는 '움직임'이다.

요동치는 언어들은 시공간을 휘고 뒤집는다. 현실의 공간은 어느새 초현실적 세계가 된다. 출근길 도시는 거꾸로 뒤집히고 하루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아름다운 공회전을 시작한다. 이러한 초현실적 상상력이 실현될 수 있는 이유는 이 공간이 '센텐스'로 이루어진 기호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문장들은 자신에 앞선 문장들, 즉 자신의 "시간적 선구자였던 텍스트들을 살해"하며 공간을 붕괴시키고, 이를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다. 문장은 곧 형을 선고하는 행위, 센텐스(sentence)인 셈이다. '디자인하우스 센텐스'의 세계는 무의식적이고, 언어의 자율성이 극대화된 무한의 공간이다. 시인이 설계한 다차원의 건축물에서 언어는 그 설계마저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간다. 그의 센텐스를 따라 휘고 뒤집히는 다섯 개 공간을 여행하고 나면, 독자들은 언어의 최대치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한양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함기석은 1992년 '작가세계'로 등단했다.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 '착란의 돌', '뽈랑 공원', '오렌지 기하학',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동시집 '숫자벌레' '아무래도 수상해', 동화 '상상력학교' 외에 시론집과 비평집을 출간했다. 박인환문학상, 이형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groove@daejonilbo.com  강은선기자의 다른기사보기 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