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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지구를 지켜라

2020-04-01기사 편집 2020-04-01 13:37:04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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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 앤 드루얀 지음/ 김명남 옮김/사이언스북스/ 464쪽/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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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과학이 우리가 사는 이 창백한 푸른 점, 지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과학은 이 창백한 푸른 점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전 세계에 과학 붐을 일으킨 전설적인 과학 컨텐츠 '코스모스'가 새로운 책과 다큐멘터리로 돌아왔다. 정식 후속작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이다. 칼 세이건이 책 집필과 다큐멘터리 제작에 몰두할 때 늘 그의 곁에 있었던 앤 드루얀이 집필했다.

최고의 과학책을 쓴 칼 세이건이 1996년 세상을 떠나면서 1980년 첫 출간과 첫 방영 이래 40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최신 과학의 성과를 그의 묵직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컸다. 그간 '코스모스' 후속작, 칼 세이건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저자들이 출판 시장에 여럿 등장했지만 독자들의 갈증을 채워 주지는 못했다.

앤 드루얀은 한국어판 특별서문을 통해 "한국은 혁신에서 세계를 선도해 온 나라이고, 혁신이야말로 인류 역사의 이 위험한 순간에 필요한 것"이라며 "여러분에게 바란다. 세계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어 달라. 여러분이 지금까지 여러 과제를 맞닥뜨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 과제도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 과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에 나서달라"고 전한다.

칼 세이건이 웅혼하고 묵직했다면, 앤 드루얀은 섬세하고 우아하다. 그리고 따뜻하다. 이 따뜻함을 바탕으로 앤 드루얀은 과학이 가져올 인류 미래에 대한 낭만을 탐구한다. 책은 칼 세이건의 첫 '코스모스'와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의 대본을 바탕으로 한다. 시간적, 형식적으로 한계를 가진 다큐멘터리에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을 온전하게 담고 있다.

자신을 '과학자가 아니라 이야기의 수렵 채집인'이라고 겸손하게 자처하는 앤 드루얀은 자신과 칼 세이건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 온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코스모스 시리즈의 정신과 전통에 따라 우주와 생명의 기원, 자연의 숨겨진 법칙 등을 이해하고자 끝없는 여행에 뛰어든 과학자들, 그리고 그들이 이룬 과학 덕분에 상상할 수 있고, 되살릴 수 있고, 심지어 수십억 킬로미터의 공간과 수백억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방문할 수 있게 된 세계들을 소개한다.

앤 드루얀의 섬세한 눈길은 휘황찬란한 과학의 성과에만 머물지 않고, 과학사의 잊혀진 영웅들을 찾아간다. 아폴로 계획이 세워지기 50여 년 전에 달 탐사 상세 계획을 만들어 낸 유리 콘드라튜크, 벌들의 언어 체계를 분석해 인간이 아닌 지적 생명체와의 첫 만남을 가능케 한 카를 폰 프리슈, 80만 명이 굶어 죽어 가는 포위된 도시에서 식물의 씨앗을 미래의 생물 다양성 자원으로 지켜 낸 니콜라이 바빌로프와 그의 동료들 같은 과학의 순교자들, 천하의 아인슈타인도 풀지 못해 고민했던 문제를 처음 발견해 낸 과학자와 학계의 변방에서 그 해법을 찾아낸 젊은 과학도 등의 이야기가 앤 드루얀의 우아한 필치로 되살아난다.

어느 장이든 과학이라는 커튼을 살짝 젖히고 나면 그 뒤에는 종교와 역사는 물론이고 문학과 예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인간 감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겨 있다. 또 인류사적 의미에 대한 깊고 넓은 탐구, 또 '인간 조건'에 대한 드높은 통찰이 있다.

과학을 예술과 역사와 신화와 만나게 하며 우주적 관점으로 우리의 본질을 다시 보고 과학적으로 각성하라고 속삭이는 앤 드루얀의 이 책에서 칼 세이건이 역설한 꿈에서 인생과 미래의 지도를 얻었던 '코스모스 세대' 독자들은 '코스모스'로 이르는 또 하나의 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조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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