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해도 결국은 '가정학습'…감염 차단 조치 이해하지만, 장기간 휴업 육아 고충 한계

온라인 수업준비[연합뉴스]
온라인 수업준비[연합뉴스]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두 딸을 둔 김모(37)씨는 온라인 개학 소식을 접하고 근심이 커졌다. 첫 째 딸은 내달 16일부터, 둘 째 딸은 내달 20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맞이하게 되는데, 앞으로 2주 넘게 집에서 학습을 해야 하는 탓이다. 온라인 학습을 도와줘야 하는 것은 물론 등교일마저 정해지지 않았다.

김씨는 "여전히 꺾이지 않는 코로나 19의 확산세의 감염 우려를 감안하면 개학을 미루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한 달 째 자녀 둘을 돌보자니 지치는 게 사실"이라며 "나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도 없어 아이들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라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은 코로나 19 감염우려로 벌어진 온라인 개학이 달갑지 않다. 이미 한달 째 학교도 보내지 못한 채 자녀를 돌봐온 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을 `가정학습의 연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스마트기기 보급이 이뤄지지 않은 가정은 재정부담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교육당국은 내달 20일 모든 온라인 개학이 이뤄진 이후 온라인 수업과 등교 수업을 동시 병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감염증 확산세를 가늠할 수 없어 구체적인 등교 수업 일정은 정하지 못한 상태다.

31일 대전 서구의 한 공동주택 단지에서 만난 학부모 황(36)모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집에서 지낸 지 2개월이 넘었다. 온라인 개학일까지는 아직 20일이 남아 당분간 어떻게 지내야 할지 까마득하다고 설명했다.

황씨는 "집안일에 육아까지 겹쳐져 있어 솔직히 많이 지친 상태"라며 "내달 20일부터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데, 수업을 들을 때도 집중할 수 있도록 옆에 붙어있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유성구민 강모(39)씨는 "개학 연기에 따라 자녀를 돌봐야 하는 시간도 함께 늘어나며 다소 힘에 부치기 시작한 상태. 현재 남편과 번갈아가며 재택근무를 신청해 아이를 돌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온라인 개학으로 감염 걱정은 덜었지만, 당분간 앞으로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입학생을 자녀로 둔 김모(37)씨는 "종전 정부 발표에 맞춰서 오는 주말 아이를 외할머니집에서 데려오려 했는데, 또 미뤄야 할 상황"이라며 "저학년의 경우 온라인 학습을 봐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맞벌이라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온라인 개학은 허울 같고 차라리 지역별 확산세를 고려한 더 현실적인 대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려면 기기도 마련해야 한다. 화상수업 할 경우 웹캠, 노트북 등이 필요한데 저소득층이나 다자녀 가구는 재정 부담이 크다.

직장인 최모(48)씨는 "자녀가 3명인데, 현재 보유 중인 노트북은 1대가 전부. 온라인개학이라면 노트북을 더 사야 할지 걱정"이라며 "노트북 1대당 가격이 최소 수십만원이고, PC가 있어도 웹캠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욱·천재상 기자·박우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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