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으로 대한민국이 각국의 선망을 받고 있다. 일제 식민 통치에서 광복한 지난 75년의 시간 동안 우리나라가 기적에 가까운 성공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일은 부지기수다. 가깝게는 지난 2월 헐리우드에서 전해 온 한국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 수상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다.

계절감에 맞는 예를 들자면 대한민국의 산림녹화도 빼 놓을 수 없다. "산에 산에 산에다 나무를 심자/ 산에 산에 산에다 옷을 입히자/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는 동요를 한때 모든 아이들이 합창하던 시절이 있었다. 동요의 제목은 `메아리`. 한국 전쟁 직후 황폐해진 우리나라 강산을 보고 1954년 노랫말이 지어졌다.

에너지원의 부족으로 나무를 땔감으로 쓰고 한국전쟁까지 거치며 1960년 초중반까지 우리나라 산들은 3분의 2가 민둥산이었다. 정부 주도로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전국적인 산림녹화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며 70년대부터 변화가 움텄다. 산을 푸르게 하기 위한 나무 심기 운동에 성인은 물론 초등학생부터 군 장병까지 남녀노소가 힘을 보탰다. 단순한 나무 심기에서 벗어나 잣나무, 편백, 오동나무 등 6대 수종을 경제 수종으로 선정해 경제림 조성에 진력 한 결과 어느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부러움 사는 최고의 조림국에 올라섰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정성들여 가꾸는 일은 좋은 정치인과 정당을 키우는 것과도 닮았다. 우리나라는 헐벗은 산야를 반세기만에 울창한 숲으로 변모시켰지만 정치에서는 그만한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다.

건강한 숲은 생태적으로 다양성을 지닌다. 수종을 달리해 각양각색의 풀과 나무들이 순환 속에 조화를 이루며 다함께 숲이 된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특정 이념이나 세대, 성별, 직업에 편중된 정치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공고한 승자독식이 반복되는 구조에서 건강한 정치권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4월 5일 식목일은 2005년까지 공휴일이었지만 2006년부터 제외됐다. 올해는 식목일이 있는 4월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투표일은 4월 15일.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후대에 과실을 기대할 만한,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권의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묘목을 엄선해 심자. 그런 싹수 있는 나무가 있다면.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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