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훈 대전시립교향악단 경영담당
김기훈 대전시립교향악단 경영담당
원주민들이 창을 들고 활시위를 당긴 채 금방이라도 죽일 듯이 낯선 한 사람을 주시하며 다가온다. 점점 가까워지고 경계가 더해지는 그 순간, 그는 긴장하며 가방에서 한 악기를 꺼내 연주를 시작한다. 아름답고 청아한 소리는 원주민들의 공격을 멈추게 한다.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미션`의 한 장면으로, 가브리엘 신부가 오보에 연주로 적대시 하던 과라니족의 긴장을 한순간에 풀게 했던 너무나 유명한 장면이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집에서 외출 전 마스크를 착용은 필수고 소독제 냄새는 일상에서 너무 익숙해졌다. 회사 동료의 잔기침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무심코 청한 악수에 자기도 모르게 정색한다. 경계와 의심의 장벽을 쌓은 채 하루를 보낸다.

그러면서 드라이브 스루라는 새로운 비대면 검진부터 재택근무, 사이버강의, 화상회의까지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자연스럽게 확산되었다.

어쩌면 이모든 것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사라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겨버린 마음의 장벽이 쉽게 사라질지 의문이 든다. 15세기에 흑사병 차단을 위해 헨리 6세가 볼키스를 금지한 것을 계기로 악수가 인사법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렇듯 이제는 악수대신 눈인사로 대체될 수도 있다는 농담 섞인 말도 하곤 한다.

영화 `미션`의 `가브리엘 오보에` 음악처럼 예술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생겨버린 마음의 후유증을 자연스럽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국민 모두가 힘들다고 한다. 그 중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감을 통해 보람을 느끼며 일을 하는 예술관련 종사자들도 거의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태다. 어떤 누구보다 큰 자멸감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며 힘을 내주기 바란다.

종식 후 남아있을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않는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약을 제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당신들뿐이다. 어떤 때보다 더 바빠질 것이고 필요로 하는 곳이 더 많아질 것이며 하루하루가 활기 있고 가슴 벅찬 하루가 될 것이다. 힘내라! 하늘의 선택받은 그대, 예술가들이여.

김기훈 대전시립교향악단 경영담당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