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간호사칼럼] 간호사로서 나는

2020-03-31기사 편집 2020-03-31 11:11:51

대전일보 > 라이프 > H+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폴라로
  • 핀터레스트

첨부사진1
필자는 간호사로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 문제를 가진 환자와 가장 가까이 돌봄을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직업이라 생각하며, 환자에게 어떤 돌봄이 필요한지 늘 고민한다.

첫 병원 실습은 간호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상태로 시작됐다.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5분 전 활력징후를 측정했던 환자가 5분 후 임종한 일은 놀랍고도 믿기 어려운 경험이었다. 내과 중환자실에서는 어제까지 필자와 대화를 나누던 10대 환자가 다음날 장내 출혈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기도 했다.

간호학생으로 실습하면서부터 이렇듯 삶과 죽음은 그 거리가 길지 않고 아주 가까우며, 인생의 연속선 안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병원 입사 후 응급실에서는 심폐소생술로도 되살아오지 못하는 사례, 이미 사망한 채로 오는 사례 등을 경험하며 숱하게 죽음 현장에 함께했고, 호스피스병동에서 근무하면서 그 어떤 부서보다도 죽음의 순간을 많이 접하게 됐다.

호스피스는 '죽으러 가는 곳이다', '죽을 때 가는 곳이다'라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그러나 호스피스는 단지 죽음, 임종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남은 삶을 보다 의미 있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삶의 질을 높이는 돌봄이다. 호스피스는 의미를 더할 수 있는 곳이며 나에게는 특별한 존재이기도 하다. 2005년 큰아이를 임신하고 덜 예민한 내가 태아의 태동을 느낄 쯤 호스피스를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성장할 때 느끼는 흐뭇함과 호스피스의 성장을 보며 엄마의 미소를 짓게 된다. 아이가 자라듯 본원의 호스피스 활동도 나날이 성장해 현재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 세 유형을 통해 유기적으로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돌봄의 제공 장소에 따라 입원형 호스피스는 호스피스병동에서, 가정형 호스피스는 가정에서, 자문형 호스피스는 일반병동과 외래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제공한다.

자문형 호스피스 전담간호사인 필자는 호스피스병동 입원 대기 중인 환자의 돌봄, 호스피스병동으로 가는 것을 꺼리는 환자와 가족의 돌봄, 때론 너무 늦은 의뢰로 임종이 임박해 있는 환자의 임종 돌봄을 맡고 있다. 또 외래에서 약을 조절하면서 집에서 수주일간 잘 지낼 수 있도록 환자의 상담과 교육도 실시한다. 모든 돌봄이 참으로 값진 일이다.

과거 호스피스 돌봄은 호스피스 병동에서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제공 장소 및 질환(말기간경화)도 확대됐고,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하고 소통하며 돌봄을 하는지 교육하고 상담하면서 필자의 자부심도 높아졌다.

"덕분에 마지막 인사를 잘 했어요. 감사해요"라는 사별가족의 한마디는 바쁘고 버거웠던 일상에서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또한 일에 보람을 느끼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2005년 5월부터 호스피스병동에서 호스피스 환자와 가족을 돌봤고, 2017년 3월부터는 호스피스팀에서 교육 및 실습, 각종 행사 진행 등 여러 행정적 업무를 같이 처리한다. 뿐만 아니라 사제를 대신해 세례를 받지 않은 위급한 환자에게 비상세례인 대세를 주기도 하고, 축일 축하, 병자성사, 그리고 마지막일 수 있는 그 어떤 것을 함께한다. 현재 호스피스팀 파트장, 팀의 조정자로 '호스피스 환자와 가족들이 무엇이 힘들고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함께하며 기쁨과 아픔을 나눌지, 어떻게 해야 오늘 하루를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지' 등을 고심하고 원하는 그 무엇을 함께한다. 호스피스하면 죽음을 연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호스피스 팀원들은 하루하루를 잘 지낼 수 있도록 오늘의 삶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나는 오늘도 열심히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강은미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호스피스팀 파트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