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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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유동인구가 줄고 각종 봄철 행사들이 연기·취소되면서 판로를 잃은 대전 지역 화훼농가가 시름하고 있다. 시와 지자체는 화훼농가를 돕고자 꽃 소비 촉진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지만 움츠러든 소비 심리를 깨우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에 현재 막혀있는 지역 관공서 판로를 한시적으로라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9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동 꽃 소매시장에는 봄을 맞아 형형색색 활짝 핀 꽃들이 진열돼 있었지만 누구 하나 구경하러 오는 이 없었다. 유통기한이 짧은 꽃의 특성 탓에 공들여 피워낸 꽃들을 판매처를 찾지 못하고 제 손으로 폐기해야만 하는 화훼업자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꽃 소매업자 김모(60)씨는 "매출은 90% 이상 줄었지만 장사를 위해 꽃을 진열해 놓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팔리지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들은 아침마다 솎아내 버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봄 한철 장사로 1년을 버텨야 하기에 화훼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다.

유성구 노은화훼단지 내 도매업자 김모(56)씨는 "이대로라면 가정의 달 특수까지 놓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여름은 비수기여서 지금을 놓치면 1년 내내 생계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와 각 자치구, 공공기관들은 `꽃 나눔 행사`, `책상 위 꽃 한 송이 놓기` 등 꽃 소비촉진 캠페인을 열어 꽃 소비를 장려하고 있지만 화훼업계는 이 같은 정책이 꽃 소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둘러본 도·소매업체 10여 곳 중 절반 이상의 상인들은 지자체의 소비촉진 캠페인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으며, 한 도매상인은 "얼핏 들어보긴 했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화훼 생산농가들은 시·지자체의 화훼 자체 공급 시스템이 지역 화훼농가의 판로를 막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상생을 촉구했다.

시와 각 자치구들이 일자리 창출과 비용절감을 위해 환경미화용 화훼를 자체적으로 재배해 활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동일 종을 재배하는 화훼농가는 관공서 판로가 막혀 타 지역을 전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 화훼 생산농가 관계자는 "대전에서 농사를 짓고 세금도 내는데 정작 대전에는 꽃을 팔 수가 없다"며 "지금은 특히 상황이 어려운 만큼 지자체가 화훼의 자체 생산량을 조금이라도 줄여 지역 내 판로를 열어주어 생산농가들의 숨통을 터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추가적으로 계획된 화훼농가 지원책이나 행사는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진행중인 꽃 소비촉진 캠페인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이수진 기자·황의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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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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