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밝혀둔다. 대전시정 정점에 있는 허태정 시장을 존중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직자로서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 그런데 미증유의 감염병 시국에서 그의 위기관리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위기극복 종합대책 마련에서 발표에 이르는 과정은 상징적이다. 전주시가 13일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결정한 뒤 청와대와 전국 지자체로 찬반논쟁이 확대됐다. 허 시장도 바로 관계부서에 `대전형 재난기본소득` 검토를 지시했다는 게 후일담으로 전해진다. 그사이 허 시장과 같은 여당 소속 단체장이 이끄는 지역에서는 한발 앞선 이슈몰이에 들어갔고 한 지붕을 이고 있는 세종시와 충남도는 19일 긴급생활안정자금 지원책을 공표하기에 이른다. 머뭇머뭇 `다른 데는 어떻게 하나` 기웃거리다 뒤통수 맞았다. 시국에 맞는 정책 추진 속도감이 없고, 정보·동향 파악력도 부족하다고 고백한 꼴이다.

클라이맥스는 이제부터다. 이튿날인 20일 허 시장이 불쑥 기자실을 찾았다. 금요일엔 기자들이 거의 없는데도 티타임을 자청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월급 절반을 기탁하겠다." 그러자 `세금 쓸 생각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은 단체장도 있어 다행`이라는 내용의 글이 소셜미디어에 쇄도했다. 허 시장이 장고 끝에 경제대책을 발표한 23일 교육감, 구청장, 산하기관장, 시 간부공무원 등이 급여 일부를 기부한다는 훈훈한 보도자료가 쏟아졌다. 147만 시민을 위한 경제종합대책은 온데간데없고 허 시장이 처음 시작했다는 급여 기부 미담만 넘쳐나고 있다. 허 시장의 선한 의지를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와 그 주변의 정무감각은 엉뚱한 데서 빛을 발하고 있다. 지역사회 온정과 경제대책의 혜택을 받아야 할 취약계층 시민과 소상공인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40개 과제에 4662억 원을 지원한다는 종합대책이 더 먼저, 더 선명하게, 더 넓게, 더 차분하게 무엇보다 따뜻하게 다가가 시름에 겨워 울고 있는 이들의 어깨를 어루만졌어야 했다. 시민들은 월급 몇 푼 기부한다며 웃고 있는 정치인보다 백척간두 절벽 끝에서 생존의 손길을 내밀어줄 우리의 시장을 원하고 있다.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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