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협박해 찍은 성착취 동영상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돈을 받고 유포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 성범죄는 그동안 정부의 미온적 대처와 사법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국민 불안을 키워온 것만은 사실이다. 성범죄는 피해 여성의 인생을 송두리째 나락으로 떨어뜨린다는 측면에서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N번방이나 박사방 사건은 `노예`로 불리는 피해 여성들을 협박해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한 뒤 이를 텔레그램 대화방에 돈을 받고 유포하는 형식으로 범행이 이뤄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 여성만 74명에 이르고 이중에는 미성년자도 16명이나 포함돼 있다고 한다. 회원으로 가입해 음란물을 내려받거나 봐 온 대화자가 24만여 명이나 달할 정도라니 우리 사회의 민낯은 보는 것 같아 부끄럽다. 문제는 이런 음란물을 제작해 유포하거나 유통해도 엄하게 처벌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카메라 이용 촬영죄 처벌은 징역형 5.3%, 벌금형이 71.9%였고 음란물 유포죄는 징역형 5.8%, 벌금형이 64.4%로 디지털 성범죄 처벌 수준이 경미했다. 최근 5년간 1심 판결을 보더라도 3분의 1 가량이 집행유예 판결에 그쳤다. 불법 성착취 사이트 운영자에 대해서도 가벼운 1-2년 형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솜방망이 처벌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우리는 아동 성착취물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10년 형의 중형에 처하는 외국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선 너그러운 편이다.

N번방 사건으로 대표되는 성착취물 유포 사건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극에 달하자 정치권에서도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내놔 다행이다. 일부에선 살인죄에 준하는 처벌 규정을 담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와 입법 뒷받침이 주목된다. 분명한 것은 디지털 성범죄가 가벼운 죄가 아니라는 걸 심어주기 위해 단순 열람한 사람까지도 처벌할 수 있게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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