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구, 코로나19 대응으로 노상주차장 개방…서구 7곳·유성구 2곳·대덕구 2곳 약 1000면

26일 대전 유성구 봉명동의 한 공영노상유료주차장이 한시적으로 무료 개방됐다. 이날 인근 상인들은 만성적인 장기주차 차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천재상 기자
26일 대전 유성구 봉명동의 한 공영노상유료주차장이 한시적으로 무료 개방됐다. 이날 인근 상인들은 만성적인 장기주차 차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천재상 기자
대전 자치구들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권 활성화 조치로 실시한 `공영노상주차장 무료 개방`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주차장을 상점 이용 목적이 아닌 개인적인 용무로 장기간 이용하는 시민이 점거했기 때문. 상점가 주차장의 장기주차가 만성화되며 상인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고, 마땅한 대책이 없는 자치구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26일 대전 자치구들에 따르면 지역 상점가 주변의 공영노상유료주차장이 한시적으로 무료 운영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직격탄을 맞은 지역 상점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서구는 둔산로 31번길·을지대학교병원·월평초-월평중 구간·큰마을네거리·선사유적지·탄방역·계룡로 등 공영주차장 7개소·740면을 무료 개방했다. 유성구는 봉명동 내 2개소·111면을, 대덕구는 비래동과 송촌동 각 1개소·114면을 개방했다. 각 자치구는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주차장 무료 운영 기한을 결정할 방침이다. 무료 개방된 주차장은 인근에 전통시장, 유흥업소, 상점가 등이 위치해 차량 통행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다.

문제는 일부 시민들이 무료 개방된 주차장을 출·퇴근 등 개인적인 용무로 장기간 점거하며 상점 이용률 증가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데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일주일 이상 장기주차를 하는 등 공영주차장을 사유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후 12시쯤 서구 을지대학교병원 주변 공영주차장은 차량들로 만원을 이뤘지만, 정작 인근 음식점에는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었다. 을지병원 공영주차장 관리요원 김현영(67)씨는 "공영주차장이 무료로 개방된 이후 주차면이 사유화됐다. 주차장 40여면 중 35면이 장기 주차 돼있는 상태고, 심한 경우 2주 이상 움직이지 않는 차량도 있다"며 "이곳은 2시간 단위로 이동주차하는 게 원칙이지만, 강제성이 없어 권고에 그칠 뿐이다. 이동주차 때문에 차주에게 전화를 걸면 끊어버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은 공영주차장 무료 개방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영주차장 개방에 따른 손님 증가 효과가 미미하고, 만성적인 장기주차에 따라 되레 손님이 이용할 주차면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대덕구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박연준(56)씨는 "공영주차장 무료 개방 이전과 이후의 손님 차이가 미미하다. 외려 공영주차장을 장기주차 차량이 점거하며 상점 손님이 써야 하는 주차장이 줄어들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치구들은 공영주차장 장기주차에 대한 마땅한 해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구 관계자는 "해당 주차장들이 한시적으로 무료로 개방된 만큼, 이동주차에 대한 강제성이 없다. 관련 민원이 접수되며 장기주차만 관리하는 인력을 운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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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전 서구의 한 공영노상유료주차장이 한시적으로 무료 개방됐다. 이곳은 만성적인 장기주차 차량들로 만원을 이루는 등 주차면 부족에 따라 주차장 한 가운데를 임시 주차면으로 쓰고 있다. 사진=천재상 기자
26일 대전 서구의 한 공영노상유료주차장이 한시적으로 무료 개방됐다. 이곳은 만성적인 장기주차 차량들로 만원을 이루는 등 주차면 부족에 따라 주차장 한 가운데를 임시 주차면으로 쓰고 있다. 사진=천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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