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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짜뉴스가 남긴 상처

2020-03-26기사 편집 2020-03-26 07:05:52      김성준 기자 juneas@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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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성준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가짜뉴스가 퍼진 뒤로 단골손님들이 발길을 끊었어요. 확진자라고 한 번 낙인 찍히고 나니 아무리 해명을 해도 믿어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요. 28년 동안 쌓아 놓은 기반이 거짓 소문으로 한 순간 무너지게 돼 너무 속상해서 잠도 못 잡니다."

홍성전통시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아직도 가짜뉴스의 악몽을 떠올리며 몸서리치고 있다. 이 음식점은 지난 17일 홍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확진자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지목되면서 된서리를 맞게 됐다.

아무런 근거 없는 가짜뉴스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살이 붙어 점점 그럴듯한 뉴스가 됐다. 가짜뉴스는 삽시간에 SNS와 맘카페, 구두를 통해 일파만파 퍼져나가 진짜뉴스로 둔갑해 버렸다.

확진자가 시장에서 보리밥 집을 운영하고, 시장상인들 17명과 함께 이집트로 패키지 여행을 다녀왔다는 뉴스는 결국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 확진자가 홍성시장 인근의 식당에 다녀갔으며 확진자의 딸이 주민센터 공무원이라는 뉴스도 거짓이었다.

방역당국이 확진자의 인적사항과 이동동선을 파악하는 사이 이처럼 가짜는 진짜를 대신했다. 가짜뉴스는 쓰나미처럼 퍼져나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장상인들의 몫으로 돌아왔다. 밑도 끝도 없는 소문 때문에 고객들의 발길이 끊겼으며, 매출액은 평소 10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가짜뉴스에 현혹된 사람들의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시장상인회와 피해를 보고 있는 식당에 수백 통의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가짜뉴스 피해를 입은 식당 주인은 그날 하루 식당 영업을 접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심지어 식재료를 공급해주는 거래처도 가짜뉴스를 접하고 나서는 며칠 동안 재료를 끊었다.

음식점 주인은 홍성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도 가짜뉴스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진실이 밝혀지고, 단골손님들의 오해가 풀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화벨 소리에 깜짝 깜짝 놀란다.

가짜 뉴스는 결국 허구라는 것이 밝혀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과 상처는 너무 크다. 우리 모두 가짜뉴스에 편승하지는 않았는지 곰곰이 돌아보는 하루가 됐으면 한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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