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노래방 등 청소년 이용 시설 방역지침 세웠지만, 손세정제 비치에 그쳐

25일 오전 11시 대전시 둔산동의 한 PC방에서 학생들이 붙어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PC방, 노래방 등 청소년들의 이용이 잦은 다중이용시설에 방역지침을 준수해줄 것을 권고한 상태다. 사진 = 박우경 인턴기자
25일 오전 11시 대전시 둔산동의 한 PC방에서 학생들이 붙어앉아 게임을 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PC방, 노래방 등 청소년들의 이용이 잦은 다중이용시설에 방역지침을 준수해줄 것을 권고한 상태다. 사진 = 박우경 인턴기자
"손님들 체온도 재야하는지 몰랐네. 따로 들은 게 없는데…."

25일 오후 2시, 대전 중구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의 한 코인노래방. 업주인 이모(53)씨에게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세운 필수방역지침에 대해 묻자,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지침상 출입구에서 발열, 호흡기 증상 여부를 확인해야 하지만, 업주는 지침 내용 숙지는 커녕 도리어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교육당국이 학교 안팎에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하게 추진중이지만, 청소년들의 이용이 잦은 PC방, 노래방 등은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양새다. 방역지침을 어길 시 집합금지명령을 발동하고, 이마저도 위반할 경우 과태료까지 부과하겠다고 나섰는데, 정부의 방역은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방역지침 적용 첫날, 돌아본 대전 중구, 서구 PC방, 노래방 등 10여 곳 중 지침을 실천에 옮긴 점포는 단 1곳도 없었다.

이날 오전에 찾은 서구 둔산동의 한 코인 노래방은 점주조차 없었다. 동전교환기 위에 비치된 손세정제가 전부였다. 방역 지침대로라면 체온 측정은 물론, 방문객의 전화번호, 이름을 이용자 명단에 적어야 한다. 청소년 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은 자유롭게 노래방을 드나들고 있었다.

다른 코인 노래방도 상황은 비슷했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은 마스크 없이 노래방으로 들어와 노래를 불렀다. 이 또한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업주가 따로 없는 매장은 통제할 방법이 없어 보였다.

일부 PC방은 마스크 착용, 체온 측정 등 방역 지침 일부만 지키고 있었다. 한 PC방 출입문에는 `마스크 미착용자 출입을 금지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금액을 충전하고 PC석에 앉자 아르바이트생이 다가와 체온을 쟀고, 열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나서야 PC이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름, 전화번호 등을 적는 명단작성은 이뤄지지 않았고, 맞은 편에는 고등학생 4명이 일렬로 붙어 게임에 한창이었다. 1-2m 사회적 거리 두기가 무색해 보였다. 마스크도 모두 턱에 걸치거나 벗은 상태였다.

으능정이 거리의 한 PC방에는 50석 중 절반의 고객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대부분 중학생으로 2-3명 씩 짝을 지어 붙어 앉아 게임 중이었다.

PC방 업주 허모(57)씨는 "우리 PC방은 공간도 좁고 좌석도 적어 거리두기가 소용이 없다"며 "학생들도 친구들이랑 게임하러 온 건데 떨어져서 게임을 하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방역 지침 자체를 모르는 영업장도 다수 존재했다. 은행동의 한 코인노래방은 이용자 명단 작성이나 체온 측정을 하지 않고 있어 방역 지침을 알고 있는지 묻자 업주 이모(53)씨는 "체온측정이나 손님들 명단을 작성하라는 지침은 오늘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노래방 입구에 손 세정제를 비치했고 자치구에서도 나와 주기적으로 방역 소독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김대욱 기자·박우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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