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숙 대전선병원 51병동 팀장
유숙 대전선병원 51병동 팀장
감염병 세계 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까지 선언된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그중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전선병원이 국민안심병원으로 운영되고 있고, 51병동에는 국가지정 음압병상이 있어 평소에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며 지내고 있는 간호사들의 긴장도가 더욱 높아졌다. 간호사들도 사람인지라 필자처럼 간호사를 소명 또는 천직으로 여기는 간호사들도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그리고 동료 간호사들에게 듣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우리 51병동 간호사들에게 배터리를 가득 충전한 것처럼 큰 힘과 응원이 된다.

51병동은 주로 정형외과계 환자들을 간호하는 곳이어서 낙상사고로 인한 골절상을 입은 환자들이 많다. 그중엔 환자가 워낙 고령이어서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가 처음부터 죽음을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건강을 회복하고, 치료를 모두 마치고 퇴원하면서 "두 발로 걸어서 나가는 게 믿기지 않아요. 다 선생님들 덕분이에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힘이 솟는다.

간호사는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무사히 퇴원할 때, 그러면서 감사하다고 할 때 `우리가 옆에서 그만큼 잘 간호하고 돌봐드렸구나`라는 뿌듯함을 느낀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누군가가 자신을 잘했다고 칭찬해주면 힘이 나지 않는가. 본인 스스로도 `열심히 해야지`라고 의지를 다지기도 하지만 옆에서 나를 인정해주는 환자, 동기, 선배가 있으면 그 덕분에 행복까지 더해진다.

간호사들 역시 환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특히 감사가 입에 밴 간호사들은 투약, 처치 등 각종 액팅을 마칠 때마다 감사하다고 한다. 정맥주사를 놓을 때는 처음에는 실패해도 그 다음에 성공하면 잘 참아준 환자에게 감사를 느낀다. 환자가 숙면을 취할 때도, 대변을 잘 볼 때도 감사하단 말이 절로 나온다. 거동이 불편해 변비가 생겨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대변을 잘 봤다고 하면 얼마나 감사한지! 복용하는 약의 부작용으로 피부에 문제가 생기거나 속이 울렁거려 다른 약으로 바꿨는데, 부작용이 사라졌다고 할 때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관절 질환으로 예전부터 자주 입·퇴원을 하는 어떤 환자는 항상 우리 병동을 콕 집어 입원한다. 꽤 오래 전부터 우리 병동과 인연을 맺은 환자인지라 서로 희로애락도 많이 나누고 정이 많이 들었다. 평소 딸기농사를 짓는 환자인데, 수확철마다 매 번 우리 병동으로 딸기를 한가득 보내준다. 이젠 51병동 딸기 풍년이 익숙하게 여겨질 법도 한데, 우리 병동 간호사들을 향한 애정이 큰 상자를 꽉 채운 딸기들만큼 그 환자 마음속에 가득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감사할 뿐만 아니라 가슴이 뭉클해지기까지 한다.

코로나19 종식이 아직은 기약 없어 모두들 고단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간호사도, 환자도 작은 일에나 큰일에나 감사를 느낄 때마다 서로에게 그 진심을 표현하고 기운을 북돋워주면 좋겠다. 지금껏 서로에게 아낌없이 감사를 표현했듯이 앞으로도 서로의 마음에 감사뿐만 아니라 기쁨과 희망도 전달해 줄 수 있기를.

유숙 대전선병원 51병동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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